지금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의 핵심 화두는 단연코 규제개혁이다. 지난 3월20일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주재한 민·관 합동 규제개혁 점검회의 모두발언에서 “규제개혁이야말로 경제혁신과 재도약에 있어 돈 들이지 않고 할 수 있는 유일한 핵심열쇠”라고 말했다. 매번 정부 출범 초기 중앙정부는 규제개혁의 당위성을 피력하며 수많은 정책수단을 동원했지만 국민이 체감하는 우리나라 규제의 수준은 아직도 높은 편이다.
규제란 국가질서유지를 위한 순기능과 기업의 투자촉진, 자율적 경제활동을 저해하는 역기능의 양면성을 동시에 갖고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규제정책은 정책방향 오류 및 적절한 규제수단 등을 조합하지 못한 채 획일적 규제만을 강요하고 있어 국가발전 및 지역경쟁력 확보 측면에서 상당한 비용과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 규제의 공급자인 정부와 규제의 수요자인 국민이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어 규제정책이 효과적으로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
경기도의 경우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국내 최대의 제약회사들이 밀집해 있는 IT, BT 등 첨단산업의 중심지임에도 수도권정비계획법상 수도권이라는 이유로 공장 신·증설 입지제한을 비롯해 각종 개발사업 등에 상당한 제한을 받고 있다. 1983년 제정된 수도권정비계획법은 당시 산업화, 도시화에 따른 수도권 인구집중과 산업화에 따른 폐단을 예방하고자 만들었으나 30여년이 지난 현재까지 수도권에 적용되는 핵심규제는 풀리지 않고 있다. 이와 같은 법적인 규제는 법령이 개정돼야만 규제완화의 효과를 볼 수 있지만 더욱 심각한 문제는 법령을 구실삼아 소극적 행정을 집행하는 공무원의 행태다.
법치주의 국가에서 행정은 법령의 범위에서 적법절차에 의해 집행해야 한다. 그러나 공무원들 스스로 규제의 틀 안에서 숨어 지내며 규제를 명분삼아 소극적으로 행정을 하는 것은 법령상 규제보다 더욱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공익질서와 자연환경보전 등을 위해 최소한의 기준을 설정한 법령의 경우 공무원의 재량권이 개입할 여지가 없지만 애매모호한 법령의 조문을 구실삼아 인허가 과정에서 반려, 보완, 민원해결 등을 국민에게 요구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행정이 아니다. 행정에 있어서 규제는 행정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최소한의 범위에서 설정되어야 한다. 규제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현재 중앙정부의 범 국가적 규제개혁 움직임에 경기도를 비롯한 많은 지자체들이 현재 불합리한 규제실태를 파악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데 착수했다. 각 기관의 사정부서 역시 감사의 방향을 국민 불편을 초래하는 불합리한 규제를 뿌리 뽑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이번 규제개혁이 한 차례 이벤트성 행사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공무원들이 규제개혁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규제개혁 프로젝트의 주연이 돼야 한다.
규제개혁은 정치인들이 해야 할 일이라며 뒷짐 지고 관망할 일이 아니다. 어정쩡하게 눈치 보며 적당히 넘어가자는 식의 보신주의, 복지부동의 행태는 이제 숨을 자리가 없어지고 있다. 공장설립허가, 환경관련 허가, 민원서류 발급 등 대민업무 공무원뿐 아니라 이제 대한민국 모든 공무원들이 행정은 국민을 위한 것임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법령을 해석하고 정책을 집행할 때도 국민이 진정으로 필요한 것, 가려운 곳을 적극적으로 찾아내어 시원하게 긁어주어야 한다. 궁극적으로 법령의 뒷받침 없이 공무원만의 노력으로 규제개혁의 효과를 완성하기는 어렵겠지만 공무원들의 규제완화 움직임만으로도 국민들은 공무원들을 높이 평가할 것이며 종국적으로 국민이 원하는 규제개혁은 조속히 완성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