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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귀하고도 귀한 것

 

예전에 없이 어수선하게 지나는 봄도 봄인지라 잠시 밖을 거닐다 보면 뒤죽박죽 꽃이 핀다. 초여름에나 피어야할 조팝꽃이 하얗게 늘어지고 돌 틈에는 제비꽃이 빼곡히 꽂아 놓은 것처럼 피어있다. 출입문 바로 앞에 민들레가 노란 얼굴을 내밀던 수요일, 온 국민을 슬픔으로 몰아넣는 사건이 발생했다.

몇 년 전에 본 영화 죠스의 한 장면이 정지 되어 있고 다급한 목소리와 자막이 지나갔다.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여객선 세월호의 참사는 며칠을 좌절과 분노와 애통함으로 우리를 몰고 갔다. 그 중에서도 수학여행을 가는 고등학생들 다수가 배 안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은 하늘이 무너지는 슬픔 그 자체였다. 갈팡질팡 하는 집계에 실망하고 무엇 하나 진행 되는 것이 없는 것 같은 구조 활동에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는 일도 있었지만 승객을 버려두고 탈출한 승무원들의 태도를 두고는 천인공노(天人共怒)할 수밖에 없었다. 굳이 선원 수칙을 들먹이지 않아도 어떻게 그렇게까지 무책임하게 행동할 수 있는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 선장으로서의 사명감은 물론이요 칠십이면 어린 학생들의 할아버지다. 본인의 목숨이 그렇게 소중하다면 손자 손녀 같은 어린 학생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는 선실을 지나쳐 구차한 목숨을 구하고자 먼저 도망을 칠 수가 있었을까? 그것도 나중에 알고 보니 승무원들 중에서도 선박직과 기관직들을 모두 대피하도록 연락을 취해서 고의로 탈출을 했다는 사실은 분노 이상 우리를 절망하게 한다.

큰소리치는 사람도 많고 비난하는 손가락도 많지만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도덕적 후진국이라는 생각이 나를 부끄럽게 만든다. 살인마 같은 승무원들만의 모습이 아니라 이 사회의 한 단면이라는 생각에 몸서리가 쳐진다.

이런 비겁한 승무원들의 행동에 반해 어린 나이에 학업을 중단하고 승무원이 되어 힘들게 일을 하면서도 동생들을 보살피던 착한 딸은 생사가 갈리는 상황에서 구명조끼를 전해주며 같이 나가자고 하는 학생들에게 “너희들 다 나가면 나도 나갈께.” 하고 돌아오지 못했다. 어린 학생들 구하겠다고 가족에게 연락을 취하고 실종된 승무원도 그 배안에서 묵묵히 자기 일만 하고 살던 근로자였다. 살려달라고 울부짖는 친구를 구하기 위해 차가운 바닷물 속으로 뛰어든 학생과 평생을 학생들과 함께 있고 싶어 제자들을 구하시던 아름다운 선생님도 우리에게서 지워지지 않을 이름이다.

모자라는 자식이 효도하고 굽은 나무가 산을 지킨다고 했다. 고위층이 꽁무니를 빼면 민초들이 지켜온 나라가 아니던가. 재난의 현장으로 온정의 손길이 모이고 많은 사람들이 한 마음 한 뜻이 되어 떠날 때의 모습으로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안타까운 소식에 눈물을 흘리면서 낮에는 봉사의 손길을 보태고 저녁이면 촛불을 밝히고 희생자와 가족들을 위한 기도가 이어지고 있다. 정치가 삼류라도 경제가 이류라도 국민이 일류인 나라이기에 가능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 가진 것 없고 힘없는 작은 사람들이 큰 기적을 만들고 있다. 귀하고도 귀한 사람들이 모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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