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말이 없다. 선장은 자신을 믿고 배를 탔던 어린 학생들을 버리고 자신의 생명 보존에 급급했고, 정부는 정부의 발표를 믿었던 실종자 가족과 국민들의 바람을 무참히 저버렸다. 이번 사고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눠 접근해야 한다. 먼저 사고의 발생 부분과 초기 탈출과정의 책임을 따지자면 선장의 잘못이 매우 크다는 것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이 부분은 추후에 수사로 밝혀질 수 있다. 하지만 다른 부분 즉, 사고가 터지고 난 이후의 구조과정과 수습과정은 정부의 책임이다. 그런데 이번에 보여줬던 정부의 행동은, 정부라고 부르기조차 민망한 수준의 3류 같은 행동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특히 안전을 중시한다는 차원에서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바꾸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를 안행부 산하로 뒀지만, 이번 사태를 보면 중대본은 오히려 혼란만을 키우는 역할을 했다.
어떤 사고가 터지면 가장 기본적인 것이 실종자와 생존자의 숫자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사고 현장에서 어떤 방식으로 구조할 것인지 사고 수습의 방향을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사고과정을 보면 정부는 생존자 숫자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생존자 숫자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사고 현장에서 생존자 관리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중대본의 수장 역할을 했어야 할 강병규 안전행정부 장관은 사고 당일 오전 10시 충남 아산 경찰교육원에서 열린 간부후보생 졸업식이 예정돼 있어 오전 8시30분에 KTX로 서울을 이미 출발했었다고 한다. 그리고 현지에서 오전 9시25분쯤 사고 소식을 보고받고 중대본 가동을 지시한 뒤 헬기로 목포의 해경 상황실과 사고 현장 등을 직접 살펴봤다는 것이다. 그런데 강 장관이 상경을 하려고 헬기에 탄 시각은 3시10분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중대본을 책임지고 지휘해야할 장관이 5시 넘어서야 중대본에 도착했다는 얘기가 된다. 물론 현장을 둘러봤다고는 하지만 현장에서는 긴급 지시만을 하고 중대본에 와서 각 부처 간 유기적인 공조를 조율했어야 했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더 기가 막히는 일은 초반부터 안전행정부와 해경 간에 서로 책임 떠넘기기를 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 정도 되면 중대본은 뭐 하러 있으며, 정부 3.0은커녕 0.1짜리 정부도 되지 못함을 스스로 증명했다고 할 수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그 이후도 실종자의 숫자와 사망자의 숫자가 계속 바뀌었다는 점이다. 이런 모습을 보는 국민들은 절망을 느낄 수밖에 없다. 꼴 같지 않은 선장이야 지금 구속된 상태이기 때문에 엄벌에 처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정부는 누가 어떻게 처벌할지 정말 막막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단 현 내각은 총사퇴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단지 장관 목 날리는 수준의 내각 총사퇴가 아니라, 사고가 수습되고 나면 각 부처의 사고 대응 자세를 철저히 감사해 윗선부터 문제가 있으면 형사 처분까지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의 분노한 민심을 잡을 방법이 없을 것이다.
지금 새누리당은 ‘안전청’ 신설을 논의하고 있는 모양이지만 이는 또 다른 ‘자리’를 만드는 것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한 가지 더 기가 막히는 일은 이 와중에도 사고 희생 학생들과 실종학생들의 가족들을 위로하는 것을 빙자해서 선거 운동하는 인간들이 넘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문자를 발송한 예비후보들의 명단은 반드시 공개돼야 한다. 그래서 이들의 예비후보 자격을 박탈하든, 공천 대상에서 제외하든 뭔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선 솔직히 지방선거가 제대로 치러지기 힘들 것이라는 생각이다. 일단 사고가 수습된 이후에는 내각은 총사퇴하고 지방선거를 연기해야 한다는 말이다. 현 상황에서 선거를 해봤자 투표율은 30% 내외로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 국민들은 정부와 정치권에 분노를 느끼고 있어 이런 상황에서는 선거에 관심을 두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늦었지만 정치권은 기념사진 찍을 생각하지 말고 현명함을 발휘해야 할 때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