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사고로 온 국민이 슬픔에 젖어 있던 지난 21일 오전 동두천 A골프장에는 아마추어 골퍼 120여명이 운집했다.
이들은 조를 나눠 오전 7시30분부터 12시까지 18홀을 돌았다.
지난해 4월쯤부터 연천군시설관리공단에서 골프 강사로 활약 중인 세미 프로 B씨는 이날 18홀에서 이글을 기록, 이 골프장 명예의 전당에 등극하기도 했다.
모두 제8회 연천군수배 생활체육대축전 참가자들이다.
이 대회에는 군수기 5개 종목(축구, 족구, 볼링, 게이트볼, 궁도)과 군수배 7개 종목(골프, 탁구, 배드민턴, 테니스, 합기도, 야구, 태권도) 등 12개 종목에 걸쳐 2천여명이 참가했다.
골프를 제외한 나머지 11개 종목은 지난 12~13일 진행됐다.
골프 종목이 진행된 해당일은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 6일째가 되던 날이다.
전날까지 476명의 탑승자 가운데 174명만 구조되고, 58명이 사망했으며 244명은 생사가 불투명해 온 국민이 이들의 무사기원을 염원하고 있던 시기다.
이로 인해 6·4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권도 후보자 경선 등 모든 선거일정을 올스톱한 상태다.
공직 역시 골프와 음주 자제령 등이 떨어졌다.
도를 비롯한 도내 31개 시·군에서는 총 75개의 행사가 취소되거나 연기됐다.
하지만 연천군과 연천군체육회는 골프장이 타 지역에 있고, 사전 부킹으로 취소가 어렵다는 이유로 대회를 강행했다.
이 같은 사실이 전해지자 주민들은 “지금이 어느 시국인데, 유치원생까지 소풍 등의 행사를 불만 하나 없이 반납하는 상황에서 창피하다. 차라리 대회 비용으로 기부를 하는 게 옳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김규선 군수는 대회에 참석하지 않았고, 취소나 연기하는 것은 대회를 주최한 군체육회 소관”이라고 말했다.
군체육회 관계자는 “사회 분위기를 반영, 개회식도 없이 최대한 조용히 대회를 치렀다. 타 지역 골프장을 사전 부킹해 취소가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안경환기자 j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