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 성남FC 감독을 맡으면서 화려하게 돌아온 노장 박종환 감독이 또다시 폭행 논란에 휘말려 감독직을 자진사퇴했다. 박 전 감독은 지난 16일 성균관대와의 연습경기 도중 성남 김성준과 신인 김남건을 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실은 구단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16일 오후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성남과 성균관대의 연습경기 중 박종환 감독이 미드필더 김성준과 신인 김남건의 안면을 주먹으로 수차례 때렸다’는 내용의 글이 실림으로써 표면화됐다. 성남 자체 조사결과 ‘신체적 접촉’이 확인됐다.
본보 보도(17일자 18면)에 의하면 박 전 감독은 구단 조사에서 “해당 선수들에 대한 신체적인 접촉을 한 점을 인정하고 해당 선수에게 사과 및 재발 방지 약속을 했다”며 “구단의 제재 조치에 무조건 따르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두 선수의 플레이가 마음에 들지 않아 잘 하라는 의미로 이마에 꿀밤을 1∼2대씩 때렸을 뿐이라고 해명했다고 한다. 그러나 논란이 일면서 22일 ‘선수들의 경기력을 독려하기 위함이었지만, 적절하지 않은 행동임을 인정하고, 해당 선수들과 그 가족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하며 모든 책임을 진다’며 자진사퇴했다.
그러나 그는 사퇴 직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지난 4개월간 선수들에게 한 번도 손을 댄 적이 없다면서 “선수를 아끼는 마음에서 그런 행동을 한 것이지 폭행이 아니었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도 없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고 한다. 진위 여부는 박 전 감독과 해당 선수가 잘 알겠지만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그는 대한민국 축구사에 한 획을 그은 ‘축구의 전설’이기 때문이다. 1983년 멕시코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에서 한국 대표팀을 4강에 진출시켜 축구 영웅이 됐다. 당시 장면은 아직도 국민들의 기억에 선명하다.
또 성남FC 전신인 성남일화 초대 사령탑을 맡아 K리그 우승 3회, 아디다스대회 우승 1회, 아시아클럽대회 우승 1회 등 빼어난 성적을 냈다. 누가 뭐래도 그는 명장이자 스타 감독이었다. 지난해 12월23일 성남시가 성남일화를 인수해 시민구단으로 창단한 성남FC 감독으로 취임한 이후 지난해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관중을 경기장으로 이끌어 내기도 했다. 그런 그가 불명예스러운 퇴진을 하게 됐다. 비록 과(過)가 있다지만 우리는 벌떼축구로 한국 축구를 세계에 알리며 한 시대를 일군 그의 공(功)도 아울러 기억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