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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위기 때마다 이 착한 국민들이 희망이다

세월호 침몰로 빚어진,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우리 사회에 만연한 적당주의, 후진적인 안전불감증, 무책임 때문이었다. 특히 위기대처능력이 별로 없는 조직이 이끄는 국가 재난대응체계로 인해 빚어진 참사였다. 정홍원 총리가 책임지고 사퇴한다고 해도 국민들의 분노와 실망감은 줄어들지 않았다. 이에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오전 전격적으로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국무회의를 통해 대국민 사과 발언을 한 것은 갈 데까지 간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이것도 참사 발생 14일만의 일이다.

박 대통령은 희생자 가족을 만난 자리에서 “그동안 쌓여 온 모든 적폐를 다 도려내고 반드시 안전한 나라를 만들어 희생이 절대로 헛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또 “이번에 문제점으로 지적된 재난 안전 컨트롤타워는 전담 부처를 설치, 사회재난과 자연재해 관리를 일원화해 효율적으로 강력한 통합재난대응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당연한 말이긴 한데, 귀에 못이 박힐 만큼 들어본 소리다. 일이 터질 때마다 이 나라의 최고위 지도자들은 아랫사람들이 써준 이런 원고를 앵무새처럼 낭독했다. 그리고 별로 달라진 것은 없다.

지금 국가 전체가 엄청난 슬픔에 빠져들었으며 한편으론 아이들을 구조하지 못했다는 수치심과 좌절감, 그리고 배신감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사고 후 무책임하게 탈출한 선장과 선원만 탓할 것은 아니다. 선사의 불안한 계약 구조, 노후화한 여객선의 불법 개조와 증축, 함량을 초과한 화물들, 탑승 승객의 숫자조차 모르는 운항 시스템, 그리고 여기에 더해 생각 없는 정치인들, 사과는커녕 잘못을 전가하는 비겁한 기관장들, 이름만 있고 재난 구조 대책이나 장비와 전문 인력은 없는 재난대책본부, 괴담 유포자 등도 지탄받아야 한다.

반면 ‘아직 한국은 희망이 있는 살만한 나라구나’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번 사건이 터지자마자 생업을 내던지고 현장으로 달려가 구조와 시신수습·급식·빨래·의료봉사를 해주거나 천리 먼 길을 왕복하며 택시 운송봉사를 해주는 등 각 부분에서 헌신적으로 돕는 자원봉사자들이 그들이다. 함께 아파하며 희생자 가족들을 돕는 이들의 행동에 우리는 감동과 위로를 받는다. 아울러 희생자들을 향해 ‘미안합니다’라고 고개 숙이고 울며 기도하는 이 착한 국민들도 희망이다. 위기상황에서 우리나라를 지탱시키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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