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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직무 유기하는 세상

 

아, 우리나라 대한민국이 왜 이렇게 되어가고 있는가? 수많은 외침을 받으면서 잘났든 못났든 우리 조상들은 그래도 내 나라 내 민족을 위해 목숨을 걸고 헌신해왔다. 이러한 고귀한 희생정신은 지금도 우리 핏속에 DNA로 남아있음이 분명하다. 민족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환난(患難)상(相)휼(恤)하였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너나 할 것 없이 직무를 내팽개치고 있다. 돈이 안 되거나 값어치가 떨어지거나 하면 제 목숨 하나 건지려고 직무수행 중 자신의 직무도 망각하고 있다. 아니 망각했다고 보기보다는 ‘~하는 척하는 병’에 걸려버렸다. 물론 자신의 목숨이 제일 중요하다. 그러나 자신의 목숨 하나 건질 수도 있었는데 승객들을 구하고자 프로정신을 발휘한, 그리하여 책임을 다하고 죽음을 맞이한 세월호 여승무원의 고귀한 희생이 우리의 꽁꽁 얼어붙은 마음을 그나마 녹여준다. 앳된 젊은이였다. 그녀는 우리나라 미래의 희망을 보게 되는 거울이기도 하다. 선장을 포함한 선박직 기술자들은 그 배의 모든 것을 잘 알고 있었을 텐데, 선박을 포기하고 자신의 직무를 내동댕이치고 배를 버리고 ‘걸음아 나살려라’ 하고 36계 줄행랑을 쳤다. 황당하다. 책임감이라곤 눈곱만치도 찾아볼 수 없다. 그들이 이렇게 행동한 배경엔 이 배가 항상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었음을 간접적으로 입증하고 있다. 즉 배의 형편을 잘 알고 한 행동임이 분명하다. 그래서 직무유기다. 그 안에 300여명의 목숨들이 구조되기를 기다렸잖은가!

타이타닉호 선장은 장렬하게 배와 함께 운명을 같이 했다. 물론 당시 승무원들도 그렇게 그들의 직무를 다했다. 아주 정직했다. 세월호도 선장을 포함한 선박직에 있던 사람들이 직무에 충실했더라면 더 많은 목숨들을 건졌을 것임이 분명하다.

그리고 초동단계에서 해경의 전투적이고 공격적인 구조를 찾아보기 힘들다. 위험을 감지한 돌격대가 편성되어 가라앉는 배이지만 그렇게 갑자기 가라앉지는 않을 것인데, 재빨리 아래 층수로 접근하여 탈선(脫船)과 탈출(脫出)할 것을 고함지르면 그 소리를 듣고 대기하고 있던 학생들이 듣고 갑판이 있는 곳으로 나오려 하지는 않았을까? 해경의 헌신적인 자세가 아쉽다. 그렇게 의인(義人)이 없었단 말인가? 목숨을 살릴 수 있는 시간은 바로 그 시간대이다. 배가 서서히 기울고 있을 때이다.

배가 서서히 침몰하고 있는데 그저 멍하니 바라만 봐야하는 ‘무책임’과 ‘무능함’의 현실을 바라보는 것은 너무나 괴롭고도 분노가 치민다. 산전수전을 겪은 실무자들을 주변에서 찾아보면 찾아낼 수 있을 텐데.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한 채 안이(安易)한 대응으로 일관하는 정부의 고위관료들은 도대체 무엇들을 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그들에겐 명령 발동권이 있잖은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하는 정부. 그 중에서도 생명은 그 어떤 재물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인데, 이 생명에 대하여 너무나 소홀하게 생각들을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경제민주화도 내팽개친 자화상. 저 침몰한 세월호는 한국 산업화의 압축성장의 그늘이라 생각하니 한없이 슬프다. 희생된 어린제자들에게 한없이 미안하고 죄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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