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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국가보다 높았던 국민의 의식수준

조광 고려대 한국사학과 명예교수는 최근 다산연구소의 ‘실학산책’ 310호에 ‘세월호 참사는 국민 수준을 측정할 수 있는 뜻밖의 기회를 마련해 주었다’는 내용의 글을 실었다. 침수가 임박한 상황, 학생들은 교사의 지시와 선원들의 양식을 신뢰하며 방송의 지휘 사항을 순수하게 따랐다. 바닷물이 차오르는 데도 구명동의를 친구에게 양보하고 다른 친구들을 구하기 위해 노력하다가 짧은 생을 마친 학생. 세월호 침몰 직전, 해경의 경비함조차 세월호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 물러나 있는 상황에서 배에 바짝 붙어서 생명을 구했던 작은 어선들.

물에 잠긴 배에 갇혀 있을지도 모를 승객들을 위해 모든 일을 제치고 사고 현장으로 달려간 민간자원봉사 다이버들, 실종자 가족들을 위해 시신을 주물러 펴고 깨끗이 닦아내는가 하면 허드렛일을 마다하지 않았던 이름 없는 봉사자들, 진도 현장의 주민들이나 각 도시에 설치된 분향소를 찾아 조문하는 그 많은 시민들은 모두 우리의 희망이자 영웅이란 것이다. 사실 우리 국민들의 진면목은 위기 상황 때마다 드러났다. 아픔이 있을 때는 모두가 한 가족처럼 슬퍼했으며, IMF 시기처럼 국가가 경제적 위기에 처했을 때는 대이어 집안에 고이 간직해왔던 의미 깊은 금붙이까지 들고 나왔다. 사실 세계사에서도 이런 일은 없을 듯하다.

어려움을 겪는 조국이나 이웃과 함께하는 연대의식은 우리 민족성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보면서 우리는 깊은 배신감을 느껴야 했다. 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청와대나 정부, 해경, 승객들을 버려두고 도망친 선장, 이 와중에 유언비어를 유포하고 스미싱 사기를 친 못된 사람들. 우왕좌왕하는 대한민국의 모습, 침몰 후 ‘구조자 0’인 사태대응 등은 세계에 알려져 ‘안전하지 못한 나라’ ‘재난에 대응하지 못하는 후진국’이란 망신을 샀다.

그러나 또한 외신들은 자신을 내던지며 구조에 나선 어선들과 자원봉사자들, 그리고 진정으로 눈물 흘리며 조문에 동참하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모습도 함께 비춰줬다.

또 지난 2일 발생한 지하철 2호선 전동차 추돌 사고 때에도 ‘미개’하지 않은 국민들의 모습을 보았다. 승객들은 스스로 수동 개폐장치를 열고 서로 도와가며 일사분란하게 10분 만에 모두 대피했다는 것이다. 정부나 정치인들보다 높은 의식수준을 보여준 또 다른 사례다. 국민을 따라가지 못하는 이 나라의 정부나 정치인 등 지도층은 환골탈태의 노력을 보이며 반성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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