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벌써 20여일이 지났다. 자식을 기르는 어미로 그 슬픔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었다. 모든 언론매체에 세월호 소식이 이어졌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불신을 증폭시킨다. 정부의 대응이 그러했고 속속 등장해 늘어놓는 전문가들의 말과 그 틈새를 비집고 들어오는 각종 유언비어가 불신의 벽을 높이 쌓는다. 전천후 장비로 지칭되던 다이빙벨의 투입과 성과 없는 철수, 오대양사건의 재현이라는 말까지 지칠 대로 지친 많은 사람들의 심기를 휘두르고 지나간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란다는데 서울시 지하철 사고가 이어지고, 독도로 항해하던 선박이 회항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사고의 원인은 유사했고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사고가 나고 정전으로 인한 암흑 속에서 한동안 안내방송도 없는 아비규환을 이루었다. 용기 있는 승객이 유리창을 깨고 탈출을 시도하고, 다친 승객을 업고 탈출을 하는 시민 정신이 있어 우리를 천길 나락에서 이끌어낸다. 코레일에서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으며 세 시간이나 지나서 상황실을 설치한 서울시는 또 무슨 변명을 들고 나올지도 이젠 궁금한 일도 아니다. 그리고 곧바로 이어지는 독도행 여객선의 회항은 저절로 한숨이 나오게 한다.
아직도 시신확인조차 못하고 있는 가족들은 오직 한 가지 기대밖에 없다. 돌아오지 않는 자식을 기다리며 바닷가에 내 자식이 평소에 좋아하던 음식을 차려놓고 끝없이 한 곳만 바라보는 부모에겐 시신이 된 자식이라도 마지막으로 얼굴 한 번 보는 것밖에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유실의 위험도 있고 하루라도 빨리 애끊는 부모님에게 인도되기만을 바란다. 부모가 죽으면 산에다 묻고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고 한다. 장례를 치른 부모들은 밤이면 영정사진을 품고 잠이 든다고 한다.
성경에 의인 다섯 명만 있어도 소돔과 고모라는 멸망하지 않았다고 했던 말에 비추어 볼 때 지금 우리나라에는 그 의인 다섯 명도 없다는 말일까. 박지영 승무원, 양대홍 사무장, 남윤철 선생님, 최혜정 선생님, 정차웅군 같은 의인으로도 부족할 정도로 부패한 사회였을까? 물론 그렇지는 않다 치더라도 우리는 그분들의 고귀한 희생을 두고두고 새기며 이 사회가 쇄신하고 거듭나는 데 밑거름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더욱이 정차웅군의 부친은 참척의 슬픔에도 장례비용도 모두 국민의 세금으로 쓰이는 만큼 가장 저렴한 것을 택하며 그게 우리 아들의 뜻이라고 했다. 의로운 아버지에게서 의로운 아들이 탄생할 수 있었다.
생존 학생들도 심리치료를 받으며 조심스럽게 복귀를 생각하게 되었지만 앞으로 두고두고 악몽으로 떠오르는 순간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올곧게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대통령은 대안을 가지고 대국민 사과를 했다. 눈치나 보며 자리 지키기에 급급한 공직자를 보아주지 않겠다는 뜻도 비추었다. 금수저 물고, 철밥통 끌어안고 사는 사람들을 위한 자리는 진즉에 없어야 했다. 그리고 유언비어를 날조하고 배포하는 누리꾼과 검증 되지 않은 제보를 보도하는 무책임한 일부 매체들에 대한 제재 또한 필요하다고 본다.
잔인한 사월이 가고 계절의 여왕은 초록으로 어우러지는데 우리도 상처가 아물어 새로운 희망으로 일어설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