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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진 가방에 사랑 담아 가난한 이웃 지켰다

거동 불편한 어르신 전화 받으면 방문진료
“퇴직후 고향 석문촌서 시골의사 되렵니다”

 

■ ‘의료봉사 15년’ 정대식 박사 (연변병원 심혈관내과 근무)

화창한 4월의 어느 봄날이다. 이른아침 정대식(51살)박사가 왕진가방과 묵직한 약가방 그리고 어르신들이 즐겨 드시는 간식거리를 한가득 차에 싣고 큰길을 달린다. 달리고 달려 그가 도착한 곳은 룡정시 덕신향 석문촌에 자리잡은 양로원이다.

연변병원 심혈관내과에 근무하고있는 정대식박사는 "왕진의사"로 통한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의 전화를 받으면 단숨에 왕진가방을 챙긴다. 지난 15년 동안 그는 왕진가방과 자기의 주머니를 털어 준비한 약품으로 어려운 이웃들을 보살펴왔다. 그동안 그가 무료로 어려운 이웃들에게 베푼 약값만도 2만여원이 넘는다. 진료를 받은 어르신들은 대부분 만성질환환자들이였다. "귀찮다, 견딜만하다" 등의 리유로 진료를 미뤄왔던 어르신들은 정대식박사의 무료진료가 더없이 반가울수밖에 없다.

"치료비가 없어 평생 제대로 된 치료 한번 받아보지 못하는 가난한 사람들 곁을 지키는 의사가 되고싶었습니다."

째지게 가난했던 시절, 오랜 지병을 앓고있는 아버지가 돈이 없어 병원 문턱 한번 넘어보지 못하고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어린시절의 정대식박사는 가난한 사람들의 곁을 지키는 의사가 되겠다는 꿈을 키워왔다.

그리고 1983년 바람대로 길림의학원 입학통지서를 받았다. 그후 연변대학 의학원 내과학 석사연구생을 마치고 1998부터 2000년까지 2년 동안 일본대학 의학부 순환내과 연수를 다녀왔다. 귀국후 연변대학 부속병원 심혈관내과에서 근무하면서 지난 2010년 연변대학 기초의학원 생리학 박사학위를 따냈다.

그가 고향인 석문촌 어르신들의 "나 홀로 의료봉사"를 시작한건 15년전 동창모임에서 고향마을 어르신들이 거동이 불편해 병원을 찾기가 어렵고 또 어떤분들은 돈때문에 제대로 된 병치료를 받지 못한다는 한 친구의 말을 듣고서부터였다.

하루에 30, 40명 환자가 밀려드는 바쁜 병원일정에 쫓겨 늘 피곤하지만 그는 웬만해서는 주말 시골행을 거르는 일이 없다. 마을사람들의 간절한 기다림을 알기때문이다. 경제적인 여유가 없어서 병을 키워온 어르신들을 치료해 쾌차하는 모습을 보는 즐거움때문에 힘든줄 모르고 15년 동안 왕진가방을 손에서 놓지 못한다…

정대식박사의 의료봉사는 고향마을에만 그친것이 아니다. 그가 담당주치의로 있었던 입원환자가 퇴원을 한후에도 전화 한통이면 언제든지 무료로 방문진료를 해준다.

그 수많은 환자들가운데 한 사람이 도문에 살고있는 주금봉(78살)할머니이다. 정박사는 10년을 넘게 주금봉할머니에게 방문진료를 해왔다. 하루종일 밀려오는 환자 진료를 마치고나면 기진맥진할만도 한데 할머니에게서 걸려오는 전화 한통에 퇴근후 바로 도문으로 향한다. 병을 봐드리고 집으로 돌아오면 새벽이다. 그래도 할머니에게 별다른 이상이 없다는걸 확인하고나면 흐뭇함에 피로가 가뭇없이 가신단다.

"퇴직후 아예 시골의사가 되렵니다. 무엇을 바라서가 아닙니다. 단지 어느 곳이든 저를 필요로 하고 움직일수만 있다면 진료를 계속할것입니다." 정대식박사의 말이다.

그는 퇴직후의 자신의 꿈을 위해 얼마전에 고향마을에 시골병원을 세웠으면 하는 바람을 촌위원회에 내비쳤다. 그런 건의가 받아들여져 지금 고향 석문촌에 자그마한 시골병원이 한창 공사중에 있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정박사의 봉사는 이어진다. 어르신환자들을 만나러 다니는 그의 걸음은 그 어떤 려행보다 설렘으로 가득하다.

/글·사진 신연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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