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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맥을 넘는다. 하루가 다르게 영역을 넓혀가는 푸른 것들이 가슴 시리도록 아름답다. 저마다의 색으로, 저마다의 빛으로 꽃을 꺼내고 잎을 키우는 산, 몇 년 전 화재의 흔적을 덮으려는 듯 잡풀들 무성하다.

예전의 숲으로 되돌리기엔 몇십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타다 남은 가지를 비집고 나오는 푸른 순이 애처롭다. 거처를 잃었을 산짐승들과 이 산에서 자생하던 많은 것들을 생각하면 한순간의 부주의가 얼마나 큰 재앙을 불러오는지 새삼 확인한다.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 산모퉁이를 돌다 어찌나 놀랐는지 가슴을 쓸어내리고 또 쓸어내렸다. 갑자기 튀어나온 고라니를 피하느라 자칫하면 낭떠러지로 떨어질 뻔했다. 지금도 생각만 하면 등골이 오싹해진다. 커브 길에서 지도 검색을 하다가 생긴 아찔한 순간이었다.

남편은 자신이 베스트 드라이버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전혀 그렇지 않다. 수십년 운전하면서 큰 사고 없이 운전한 것에 대해 다행스럽고 고맙게 생각하지만 남편과 동승하면 불안하고 조마조마할 때가 종종 있다.

운전하면서 사방을 두리번거리고 휴대전화를 걸고 받고 그것도 모자라 지도를 검색하고 궁금한 것이 있으면 찾아서 확인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다. 직업상 전화를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지만 블루투스를 착용하는 것을 귀찮아한다.

그동안 딴청을 부리다 몇 번이나 다른 차량과 추돌할 뻔했지만 다행히 사고는 피해갔다. 운이 좋은 것인지 아니면 빠르게 상황을 대처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언젠가는 사고로 연결될 것 같은 불안함에 가끔은 화도 내고 말다툼도 하지만 좀처럼 운전습관을 고치려 하지 않는다.

안전띠도 차량을 출발시키고서야 매고 가끔은 중앙선도 넘고 운전하면서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등 운전이 산만하다. 작은 부주의와 방심이 큰 사고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을 무시할 때면 야속하고 속상하다.

안전 불감증이 문제다. 언젠가는 대형마트에 주차를 하면서 옆 차와의 거리가 좁아 부딪힐 것을 뻔히 보면서도 차량을 무리하게 이동시켜 기어이 다른 차량 앞 범퍼에 흠집을 냈다.

물론 운전을 하다 보면 사고가 생길 수도 있지만 옆 차량과 부딪친다고 다른 곳에 주차하자는데 기어이 주차를 고집하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이해할 수 없었다. 보험으로 처리하면 되는데 화를 낸다고 오히려 야속해하는 남편의 차 키를 뺐고 싶을 지경이었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빨리빨리, 대충대충, 설마 그리고 나하나 쯤이야 하는 사고방식에 길들여져 있다. 어른이 어른답지 못해도 아이가 아이의 도를 넘어도 지적하거나 바로잡아 줄 생각은 하지 않고 그저 나와 내 가족이 편하면 그만이다. 이런 생각들이 지금의 불안한 사회를 만든다.

어른이 아이를 지켜주기 못하는 사회,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보면서도 외면하는 사회, 어떤 문제가 생기면 화들짝 떠들다가 금방 잃어버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사회, 우리는 이런 현실을 되풀이 하며 살고 있다.

푸른 것들이 나름의 질서에 순응하듯 다시금 정신을 가다듬고 기본을 지키고 나를 바로 세우려 한다. 가장 기본적인 기초질서를 지키는 일부터 다시 시작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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