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뭐래도 세월호 참사가 안전 불감증으로 인한 인재(人災)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뿐만 아니라 국가재난안전 시스템도 엉성했다. 사고 발생 직후 미숙한 초기대응으로 인해 그 무수한 생명들이 배와 함께 수장돼 목숨을 잃는 모습을 멀거니 눈뜨고 바라봐야 했다. 후진국에서나 발생할 이번 사고는 참으로 역사에 두고두고 기억될 한사(恨事)가 아닐 수 없다. 국민들이 이처럼 실의에 빠져 있는데 유가족의 마음이야 오죽하랴. 천붕지통 단장지애(天崩之痛 斷腸之哀)라 했다. 또 부모는 산에다 묻고 자식은 가슴에 묻는다 했다.
부모를 잃은 천붕지통보다 자식을 잃은 단장지애가 더 비참하고 견디기 힘들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유가족을 막말로 매도하고 고통을 가중시키는 부류들이 있어 걱정이다. 세월호 참사 후 유가족들의 요구는 대략 ▲정확한 사고경위 파악 및 진상규명 ▲책임자 문책 ▲세월호 관련 특별법 제정 ▲재발 방지를 위한 국민안전대책 마련 등이다. 정부의 잘못된 대처로 자식이나 가족을 잃은 유족들의 당연한 요구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런 요구를 반정부 행위로 보고 색깔론으로 매도하기도 한다. 자식을 잃은 유가족으로선 치가 떨리는 일이다.
특히 고위공직자나 정치인들 가운데 막말로 상처를 준 경우가 많다. 새누리당 권은희 의원의 ‘밀양 송전탑 반대 시위에 실종자 가족 선동꾼이 있다’, 같은 당 한기호 최고위원의 ‘이제부터는 좌파 단체와 좌파 사이버 테러리스트들이 정부 전복 작전을 전개할 것’, 이른바 보수논객 지만원 씨의 ‘시체장사’ ‘국가 전복의 거대한 불쏘시개’, 정몽준 서울시장 후보아들의 ‘미개한 국민’, 정미홍 정의실현국민연대 대표의 ‘추모집회 참가 청소년들 일당 6만원’, 김호월 홍익대 겸임교수의 ‘유가족이 무슨 벼슬 딴 것처럼 생난리’ 등 막말 경연장 같다.
모두 제 정신이 아니다. 어찌 가슴 아픈 참사를 당한 유가족들에게 앞에서 저런 말들을 할 수 있을까? 익명의 온라인에서도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족을 비하하는 글들이 보인다. 이에 따라 안산단원경찰서는 황모씨 등 네티즌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황씨는 일베 게시판에 ‘유가족이 대단한 벼슬인지 알고 지껄이는 쓰레기다’란 글을 올렸다고 한다. 최근 세월호 사고 가족대책위원회 대변인이 한 방송에 출연해 희생자와 그 가족을 폄하하는 막말이 유가족을 가장 힘들게 한다고 말했다. 제발 세월호 관련 막말을 하지 말 것을 간곡히 부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