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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기억하라 0416

 

‘니뵤마에’(2초前)는 붕어의 짧은 기억력을 가리키는 일본어다. 붕어는 기억력이 2초에 불과해서 미끼를 물다가 혼이 나고도 잠시 뒤에 또다시 그 미끼를 문다고 한다. 그래서, 기억력이 모자란 친구를 가리켜 붕어와 같다면서 ‘니뵤마에’라고 부르면서 놀린다.

우리 사회의 기억력은 붕어보다 조금 더 긴 것에 불과하다. 올해 초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 사고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했던 대학생 10명이 죽었고 128명이 다쳤다. 작년 여름에는 태안 해병대 캠프에 참여했던 고교생 5명이 어처구니없이 익사했다. 씨랜드 화재 사고도 있었고, 대구지하철 화재 사고와 서해 훼리호 침몰 사고도 있었다. 많은 사고들이 반복되고 엄청난 인명 피해가 또 발생해도 여전히 허점투성이다. 국민들의 안전의식과 안전에 대한 투자, 안전을 위한 교육과 훈련, 제도 정비 등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우리 사회는 안전한가? 다양한 위험으로부터 안전한 사회인가? ‘위험사회’의 저자 울리히 벡 독일 뮌헨대 교수는 ‘우리를 위협하는, 발생가능성 있는 미래의 사건’을 위험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위험이란 불확실하지만 일어날 가능성이 있으며, 통제하기 어렵고, 측정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두렵고 불안하다. 우리 주변에는 도처에 이러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최근 여러 사고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 사회에서는 위험의 발생 가능성도 상당히 높다. 그러다 보니 국민들은 불안해 한다. 내 집과 사무실은 안전한가? 버스, 지하철, 자동차는 믿을 수 있나? 도로와 다리는 튼튼한가?

믿을 수 없는 엄청난 사고가 다시 발생했다. 지난 4월16일 세월호가 침몰했다. 304명이 목숨을 잃었는데 그 중 250명이 고등학생이다. 어른들의 잘못으로 어린 학생들이 수학여행 길에서 돌아오지 못했다. 어른들의 잘못을 샅샅이 파헤쳐서, 다시는 그런 잘못이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을 치밀하게 세워야 한다. 물론 말처럼 그리 단순하지 않다. 사고 원인도 복잡다기하다.

비정규직 선장과 선원들, 노후한 배, 과적, 과속, 선박운항의 미숙함, 허술한 안전 검사, 비상대피 훈련이 이뤄지지 않은 점, 이를 눈감아준 관계기관, 전관예우와 낙하산으로 얽혀 제대로 감독하지 못한 공무원들, 가라앉는 배를 바라보면서 단 한명도 구하지 못한 무능함 등 수많은 원인들이 중첩되어 있다. 우리 사회의 빨리빨리 문화도 사고에 상당부분 기여했을 것이다. 돈만 앞세우고 사람은 뒷전이며, 눈에 보이는 성과만 요구하는 문화 역시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이처럼 복잡한 원인을 파헤쳐서, 재발방지 대책을 세우고, 위험과 불안을 최소화하는 것이 쉬울 리 없다. 그리고 이젠 정부만 바라보고 있을 수 없다. 국민들도 스스로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우리 주위를 둘러보자. 과연 우리들은 안전과 직결되는 법규를 제대로 지키고 있나? 작년 서울시의 주정차 위반 단속 결과를 합산해 본 결과, 서울시민 4명 중 1명꼴로 주정차 위반을 했다. 우리 주변의 생활시설들은 과연 안전한가? 도로, 다리, 터널 등 기반시설의 상당수가 1970년대에 준공되었다. 특히, 철도, 산업단지, 지하철, 댐 등 노후 인프라에 대한 집중 감시와 투자가 필요하다. 준공된 지 30년이 지난 고령 인프라 시설을 개선하기 위한 투자는 국민들의 안전과 삶의 질 개선은 물론 경기 활성화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이처럼 국민들의 의식과 시설 인프라를 바꾸는 일에서부터 시작해서 나라 전체를 바꿔야 한다. 사람과 생명을 존중하는 문화를 정착시켜야 하고, 이를 위해 필요한 교육, 훈련, 법령, 제도 등 각종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이제는 그만 과거의 패러다임과 결별해야 하다. 위험사회, 불안사회를 안전사회로 바꿔야 한다. 그것이 250명 단원고 학생들의 희생에 보답하는 길이다. 그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는 길이다. 이번에도 또 붕어처럼 금세 잊어버리진 말자. ‘기억하라 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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