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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해경의 침몰

크리스마스인 1955년 12월 25일, 해경 경비정 견우호(181t급)는 전남 흑산도 근해에서 평화선을 침범해 조업 중인 중국어선 15척을 발견했다.

곧바로 저지에 나선 견우호는 그중 1척을 나포하고 나포한 어선에 해경 대원 4명을 승선시켜 압송을 시작했다. 그러나 바로 이때 중국 무장어선 5∼6척이 견우호에 총격을 가하면서 접근, 교전이 벌어졌으나 수적 열세에 밀린 견우호는 결국 퇴각했고 해경 대원 4명이 승선한 중국어선은 무장어선들과 함께 중국으로 도주했다. 그 후 해경 대원 4명은 오히려 중국에서 11년5개월간 옥고를 치르고 1967년 4월22일 석방돼 귀환했다.

지금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전쟁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 1953년 12월, 해군으로부터 넘겨받은 경비정 6척으로 출범한 해양경찰청의 열악했던 상황을 잘 보여주는 사건이며 해경의 치욕적인 비사(秘史)이기도 하다.

그 후 60년이 지난 해경은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며 현재 인원 1만1천600명, 연간 예산 규모는 1조1천억원 수준까지 조직을 키웠다. 산하엔 4개 지방해양경찰청, 17개 해양경찰서 등이 설치돼 있다. 또 독도 해역 경비함 삼봉호(5천t급)를 비롯, 경비함정 303척을 운용하고 있다. 항공기는 광역초계기 챌린저호 등 24대를 보유하고 있다.

해경은 지난해 12월23일, 창설 60주년 역사를 상징하는 물품들을 담아 봉인한 뒤 타임캡슐에 수장하는 제막식을 가졌다. 타임캡슐에는 40년 후 후배들에게 전하는 메시지와 동영상, 신임 순경의 미래에 대한 포부가 담긴 글, 기념우표, 엠블럼, 60년사, 박근혜 대통령이 제60회 해경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작성한 방명록 등 17종이 담겨 있다.

‘해경 60주년 타임캡슐’은 창설 100주년 기념일인 2053년 12월23일 개봉될 예정이었다. 타임캡슐 하단엔 40년을 시간으로 환산한 35만400시간부터 내림차순으로 남은 숫자가 표시되는 알림판도 있는데 개봉을 향해 지금도 카운트는 계속 중이다.

하지만 어제 이런 카운트다운이 멈췄다. 그리고 ‘60년 역사를 돌아보고 100년의 역사를 준비한다’는 해경의 희망과 포부도 무참히 깨져 버렸다. 모두가 자업자득이다.

/정준성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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