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모든 것들이 초록으로 물이 들 것만 같은 오월이 끝나갈 무렵부터 거리에는 같은 색 옷차림을 한 사람들의 무리를 쉽게 만나게 된다.
모두들 금방 친절 교육을 마친 백화점 직원처럼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한다. 예년 같으면 로고송에 율동이 곁들여졌겠지만 올해는 모든 것을 홍보물에 의존한다. 6·4 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오자 이들의 움직임이 더 빨라지고 처음 보는 홍보물이 등장해 눈을 끌고 있다.
어쩌다 보니 남편 친구가 몇 차례나 입후보를 하고 낙선의 고배를 마시기도 했고, 당선이 되기도 하면서 본의 아니게 선거 바람을 타게 되었다. 한두 해도 아니고 강산이 변하고도 남을 시간을 선거철만 되면 괜히 신경이 가고 심신이 피곤했다. 그런 일이 거듭되다 보니 조그만 지역에서 선거 후유증이 따른다. 당선을 위해 상대 후보에 대한 흑색선전과 운동원 간의 과다한 경쟁으로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한 동안 뜨악하게 지낸다.
후보에 대한 정보는 선관위에서 전하는 홍보물을 통해서 파악하게 되겠지만 그 이전에 선거 운동원에 의해 의사가 결정되는 일도 많다.
형편이 이렇다 보니 지역에서 활동을 한다는 사람들을 선거판으로 끌어들여 농촌 일손은 물론이고 다른 자영업자들도 일하는 사람을 구하기 힘들다는 하소연도 들린다. 많은 후보들이 한꺼번에 유권자들의 마음에 들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해 펼쳐지는 선거운동 기간이면 갑자기 인구도 늘고 이동하는 차량도 많아 북적거려 동네가 커진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된다. 이런 일련의 사태가 못마땅한 사람들은 도대체 무엇 때문에 말썽 많은 지방선거를 계속하는지 불평을 늘어놓게 된다.
이럴 바에야 지방선거를 계속 할 것이지 여부를 국민투표로 결정하면 좋겠다는 말도 나온다.
벌써 오래 전으로 기억되는데 컨디션도 날씨도 별로 안 좋아 머뭇거리다 투표장에 가지 않았다.
물론 가장 큰 이유는 귀찮아서였다. 크게 달라질 것은 없겠지만 뭔가 허전했다. 국민으로서 소중한 권리를 포기했다는 생각과 특별히 기대하지는 않는다 하더라고 내가 뽑아주지 않은 대표가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아도 할 말이 없게 된 이상 감시기능 또한 포기해야 한다는 생각에 입안이 씁쓸했다.
알록달록 선명한 옷차림을 하고 피켓을 든 사람과 장갑으로 후보의 번호를 표시하는 사람들이 때이른 더위 속에서 웃으며 인사를 건넨다.
노란 리본을 단 후보나 가족들이 바쁜 시간에 손을 내밀어도 편하게 손을 잡아주자.
이제 며칠 남지 않은 기간에 생기는 불편함보다 꼼꼼하게 공약을 분석하고 충분히 생각하고 판단해서 앞으로 4년을 맡길 만한 일꾼을 선택하는 편이 보다 나은 결과를 가져다준다. 우리에게 주어진 권리인 동시에 의무를 이행함으로.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작가 신인상 수상 ▲가평문학상 수상 ▲가평문인협회 이사 ▲플로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