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 서호미술관이 오는 6일부터 8월 9일까지 1층 전시실에서 기획초대전 ‘석철주 夢 그리고 몽’을 연다.
한국의 대표 중견작가인 석철주 작가는 안견의 몽유도원도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신몽유도원도’ 연작으로 꾸준한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기존 ‘신몽유도원도’ 연작에 변화를 추구해 이전 화면에 등장하지 않았던 모눈(grid)이 더해져 디지털 시대의 한국화의 모습을 실험적 언어로 풀어낸 작품 15~17점이 소개된다.
석 작가는 16세부터 청전 이상범 문하에서 전통 화법으로 그림을 배웠으며, 남들보다 조금 늦게 대학을 마치고 1980년대 초부터 수묵산수, 채색화를 섭렵했다.
이후 종이와 먹이라는 전통 재료로부터 캔버스와 아크릴을 이용한 회화로까지 표현 재료와 기법의 영역을 확장시키면서 지금의 독특한 작업에 이르게 됐다.
그가 작업해 온 작품들은 크게 ‘신몽유도원도’와 ‘생활일기’라는 주제로 양분된다.
신몽유도원도 연작들은 작가가 전통 회화에서의 실경산수와 관념산수의 구분을 넘어서면서 젊은 시절 작가가 즐겨 올랐던 우리나라 산들의 모습을 모티브로 삼아 마치 안평대군이 꾸었던 꿈처럼 작가가 경험한 자연에 대한 기억과 느낌을 현대적으로 풀어낸 작품들이라고 할 수 있다.
생활일기는 작가가 속한 현실의 세계를 담아내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들풀과 들꽃, 달항아리, 화분 등의 일상적인 이미지가 화면을 차지하는 생활일기 연작들은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이웃의 모습에서 발견되는 생명의 건강함과 일상의 소중함을 담담하게 표현하고 있다.
최근에는 지금까지 꾸준하게 작업해 온 신몽유도원도 연작에 조심스런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석 작가는 “우연한 기회에 방충망을 단 창문 너머로 바라본 먼 산에서 컴퓨터 모니터나 디지털 TV의 화소처럼 다가오는 작은 모눈을 발견했고, 그 모눈을 통해 들어오는 산의 모습에서 어쩌면 이렇게 다가오는 신몽유도원도의 풍경이 우리시대에 전통의 산수를 새롭게 바라보는 또 하나의 선택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이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계훈 미술평론가는 “이번 작품들에서 작가는 점차 몽롱하고 희미하게 대상을 바라보는 태도를 통해 시대 역행적인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디지털시대의 선명성과 조금의 오차를 허용하지 않는 숨막히는 현대 생활의 긴장감을 보상하는 균형추로서의 자연과 그 자연을 관조하면서 인간과 자연이 하나가 되는 아날로그적 접근을 제시하는 시각예술에서의 새로운 방법일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문의: 031-592-1865)
/김장선기자 kjs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