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6·4지방선거 투표일이다. 따라서 각 후보 진영에서는 1분 1초를 아껴가며 백척간두에 선 심정으로 마지막 유세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동안 세월호 참사 여파로 조용한 선거가 진행됐다고는 하지만 이제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오자 초조감에 극에 달한 후보들은 지푸라기라도 붙드는 심정으로 네거티브도 서슴지 않는다. 특히 여론조사 결과 치열한 박빙세를 보이는 지역이나 열세에 처한 후보들이 상대방을 깎아 내리고 흠집 내려는 악성 흑색선전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깨끗한 선거는 이번에도 실종되고 말았다.

같은 지역 출신에, 같은 고교 선후배 사이에다, 같은 교회에 다니면서 한사람은 집사 한사람은 장로의 직분을 맡고 있는 경기도지사 후보 남경필 씨와 김진표 씨의 경우 처음엔 서로에 대한 비방을 부담스러워하며 다른 후보들과 마찬가지로 점잖은 페어플레이를 다짐했다. 하지만 선거판세가 치열한 경합 양상으로 전개되고 투표일이 다가오자 ‘표부터 얻고 보자는 식의 포퓰리즘 공약’ ‘말 바꾸기와 헛된 공약 남발’ 등 거친 말들이 오갔다. 특히 두 후보가 맞붙은 어느 토론회 자리에서조차 ‘호들갑…’ ‘감언이설…’ 등 강도 높은 비방이 계속됐다.

이는 경기도지사 선거판에 국한된 일이 아니다. 서울시장과 제주도지사 등 광역단체장을 선출하는 선거와 시장·군수와 지방의원 선거판에 이르기까지 상대방을 깎아내리는 네거티브는 극성을 부리고 있다. 미래 세대인 학생들의 교육을 책임지는 교육감을 뽑는 선거도 다를 바 없다. 많은 선거구에서 상대 후보에 대한 인신공격 및 폭로전을 펼치는 구태·악습이 되풀이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고소·고발도 잇따른다. 선거 단위와 지역을 가리지 않고 상대방 흠집을 들춰내 선거에 활용하는 이들 때문에 막판 선거분위기는 점차 살벌해지고 있다.

제대로 된 유권라면 먼저 후보자의 인물(인품)이 훌륭한가, 공약으로 내세운 정책들이 실행 가능한가를 따진다. 그리고 정책을 앞세우지 않고 네거티브에 바쁜 후보를 혐오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대부분의 네거티브는 짧은 선거기간 동안 검증되기 힘들다. 이게 문제다. 일부 유권자들은 잘못된 정보를 믿고 투표를 하는데 딱한 것은 선거 종료 후 거짓으로 판명돼도 선거결과를 무효화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네거티브는 선거 후에라도 반드시 문책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그에 앞서 인물과 정책에 대한 유권자의 판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