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흠이나 결점을 고치려다 오히려 큰 손해를 불러일으키고 결국 일을 망치는 경우를 빗대 교각살우(矯角殺牛)라는 말을 종종 인용한다. 흔히 ‘빈대 한 마리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다 태운다’와 일맥상통한다. 최근 이 같은 법 개정안이 만들어져 중소기업계의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안전행정부가 지난달 2일 입법예고한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지방계약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이 바로 그것이다.
이 법안은 물품 및 공사 등에 대한 정의 규정을 신설하면서 물품의 범위를 시설공사를 하지 않아도 그 계약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사항으로 협소하게 규정하고 있다. 이로 인해 물품제조와 설치공사가 포함된 입찰의 경우 향후 제조중소기업이 직접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범위가 대폭 제한될 것으로 우려된다. 중소기업계는 이 개정법안에 대해 설치공사 등 시설공사가 필요한 물품은 관련 공사면허를 요구하고 있어 제조기반의 중소기업들을 공사업체의 하청업체로 전락하게 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결같이 주장한다.
뿐만 아니라 공사업체가 값싼 중국제품 등을 수입해 시공하면 국내 제조중소기업의 기반을 붕괴시키고, 부실공사와 품질저하 등 안전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더욱이 중소기업 경쟁제도와 공사용 자재 직접구매 대상 품목 중에서 설치공사를 포함하고 있는 제품이 다수인 중소기업 판로확대 지원제도가 법률도 아닌 시행령 개정으로 무력화되는 우를 범한다고 중소기업계는 지적한다.
실제로 이 법안이 시행되면 관련 업종 163개 중소기업협동조합연합회와 산하 1만4천개의 조합원사, 해당 업체에 근무 중인 40만명의 중소기업 근로자들이 직간접적으로 타격을 입는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계는 안행부의 지방계약법 시행령 개정안은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현행 중소기업 판로지원제도 근간을 뒤흔들며 물품을 생산하는 업체의 존립까지도 위협하기 때문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시설공사가 수반되는 기계·레미콘·아스콘·콘크리트·배전반 등을 제조 공급하는 업체들은 당장 판로지원법 적용에서 제외된다.
중대형 건설업체의 하청업체로 전락해 채산성 악화, 도산 등으로 이어져 제조업 근간이 무너지고 양질의 일자리마저 없어지며, 지역경제가 침체되는 악순환의 늪에 빠진다. 이는 국가경제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난달 28일 160여개 중소기업협동조합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이달 5일 첫 회의를 개최하며 ▲안행부 의견제출 ▲개정반대 서명운동 ▲집회 등 실력행사 등을 결의한 것은 이 같은 영향을 걱정했기 때문에 나온 행동이다.
중소기업계가 바라는 것은 단순하고 소박하다. 시행령이 법률에 보장된 기존의 판로지원제도를 붕괴시키지 말아 달라는 것이다. 기존의 법에 규정된 대로 공공기관의 장이 판로지원법에 따라 중소기업청장이 고시한 122개 품목에 대해 자재 추정가격이 3천만원 이상인 경우 중소기업으로부터 직접 구매해 공사계약자에게 제공하도록 유지해 달라는 것이다.
정부는 중소기업계의 간절한 현장의 목소리를 귀 기울여야 한다. 기존 물품제조입찰이 공사입찰로 바뀌면 중소기업 생산물품이 저가 수입제품, 대기업 제품으로 대체되고 우리경제 성장의 버팀목인 중소제조업이 고사 위기에 처할 수 있음을 분명하게 알아야 한다. 따라서 이번 지방계약법 시행령 개정안은 전면 재검토해서 즉각 폐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