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저명한 의학잡지 브리티쉬 메디컬에 따르면 20세기 들어 사람의 평균 수명이 35년 정도 늘어난 요인 중 30년은 상수도시설의 발전으로 깨끗한 물을 먹을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우리나라에 상수도가 처음 설치된 1908년 당시 48.5세였던 평균 수명이 2013년에는 81세로 32세나 증가했다.
이 잡지는 또 항생제도, 백신도 아닌 상하수도시설을 사람의 수명 연장에 가장 크게 기여한 항목으로 꼽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세계인구의 13% 정도가 오염된 물을 먹고 있고 이들의 평균수명은 선진국 사람들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깨끗하고 안전한 물의 중요성을 실감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과거엔 개울물이나 계곡물을 그냥 마셔도 문제가 되지 않았으나 산업화로 인한 환경오염은 먹는 물의 안전에 영향을 미쳤다. 다행히 산업화는 수처리 기술도 함께 발전시켜 어떤 오염물이 물에 섞여 있어도 충분히 제거할 수 있게 되었다.
필자가 27년을 상수도 관리업무를 하고 있지만 예전이나 현재나 직접 음용률은 그다지 향상되지 못하고 있다. 여론조사에 의하면 음용률이 낮은 이유는 수돗물의 막연한 불안감 32%, 물탱크 관리와 노후 수도관에 대한 불신 18%, 상수원 오염 우려 15% 순으로 매년 유사하게 나타난다.
이런 문제들을 해소하기 위해선 처리시설의 현대화, 노후관 교체, 전문인력 확보, 수돗물 안전성 홍보 등에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나 전국 163개 수도사업자 중 K-water와 일부 특별시, 광역시를 제외한 대부분 지방자치단체는 만성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수돗물에 대한 국민의 인식은 특정 수질 사고로 인해 전체 수돗물에 대한 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 1991년 대구에서 발생한 낙동강 페놀오염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로, 수돗물의 안전성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과 더불어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 국가와 수도사업자는 상호 협력과 적시 지원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모든 국민이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는 진정한 국민 물 복지가 실현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