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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소득편중의 위기를 생각할 때다

 

자본주의는 경제의 성장과 효율을 보장하는 최적의 경제체제로 인정받아 왔다. 그러나 자본주의는 부의 불균형배분이라는 필연적 한계를 갖고 있으며, 이로 인한 부의 편중현상이 점점 심화되고 있어 전 세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프랑스의 젊은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Thomas Piketty·42·파리경제대학 교수)가 금년 초 미국에서 펴낸 ‘21세기의 자본’이 전 세계 경제학계를 강타하고 있다. 그는 영국, 프랑스, 미국 등 주요국의 과거 300년 간 통계자료를 분석하여 자본의 수익률이 경제성장률을 압도해 왔음을 증명하였다. 그가 추정한 자본수익률은 연 4~5%인 데 비하여 1700년 이후 글로벌 경제성장률은 1.6%였다. 그 중 절반은 인구증가에 따른 것이고, 나머지 절반(0.8%) 정도가 1인당 생산 증가분이다.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을 웃돌면 사람들이 당대의 노력으로 얻는 소득보다 조상이 물려준 재산에서 얻는 소득이 더 빨리 불어난다. 소득 불평등의 뿌리가 바로 여기에 있으며, 더욱 암울한 것은 경제성장률이 낮아지고 인구증가율이 낮아질수록 이러한 부의 쏠림현상은 더욱 심해져 불평등이 악화된다는 점이다.

그러면 한국은 어떤가? 한국은 아직 이런 분석 틀에 대입할 수 있는 통계자료를 갖고 있지 않으나,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총격적인 자료가 나왔다. 한국의 빈곤 갭(빈곤가구의 소득이 최소생활을 유지하는 소득에 미치지 못하는 정도) 비율이 39%로 스페인(42%), 멕시코(41%)에 이어 OECD 국가 중 세 번째라는 것이다. 멕시코가 어떤 나라인가? 부의 편중현상이 너무나 심각하여 대부분의 국민이 희망 없이 살아가는 나라 아닌가? 그런 멕시코와 우리나라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니 놀라도 한참 놀랄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현상을 유추할 수 있는 또 다른 자료가 나왔다. 지난 15일 통계청과 국세청 등에서 나온 다른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도시가구의 월 실질소득은 1990년 2천106만원에서 2013년 3천904만원으로 85.4% 증가했다. 이에 반해 이 기간 소득불평등을 나타내는 지니계수(0에서 1 사이의 수치로 높을수록 불평등 정도가 심함)는 도시가구의 경우 0.256에서 0.280으로 9.4% 상승했고, 전체가구로 확대하면 0.302로 0.3을 넘었다. 이 기간 국민의 소득은 두 배가량으로 늘었지만, 소득분배는 약 10% 뒷걸음질했다는 것이다. 더구나 소득불균형의 악화속도도 빠르다. 아시아개발은행이 1990~2010년 간 아시아 28개국의 지니계수 추이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중국, 인도네시아, 라오스, 스리랑카에 이어 다섯 번째로 지니계수의 상승폭이 높았다고 한다.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돈이 돈을 번다’는 진실을 피케티는 역사적 자료를 근거로 입증했다. 돈을 쓸어 담는 사람이 있으면 다른 사람들의 주머니는 비어갈 수밖에 없다. 부의 편중은 필연적으로 사회의 위기를 초래하고, 절대다수 국민의 행복과 사회통합을 앗아간다.

그러면 이러한 위기를 극복할 방법은 있는가? 피케티는 정치 시스템이 중요하다면서, 글로벌 자본세(부유세) 및 최고세율 80%에 이르는 소득세를 제시하고 있다. 결국 자본의 과도한 수익을 회수하여 재분배할 수 있는 방법은 세제이고 이를 추진하는 정치체제라는 것인데, 현재 복지 선진국인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들이 이에 가장 근접한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과거 참여정부 시절 도입된, 상위 1%에게만 적용되는 종합부동산세에 대한 우리사회의 반응을 보면 실로 요원한 일로 보인다. 현 정부는 오히려 감세를 통한 경기회복과 성장률 제고에 진력하고 있다. 5년이라는 단기간의 국정을 책임지는 정부로서는 어쩌면 불가피한 자세일 수 있다. 그러나 절대다수의 사회 구성원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살아갈 만한 사회로 받아들이려면 더 악화하기 전에 한국 자본주의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근본적으로, 체계적으로 생각해야 할 때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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