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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인간 변종과 전쟁

사실 다른 이야기를 쓰려고 했다. 거짓으로 말을 만들어 다른 사람을 힘들게 해야 자신의 삶이 편해진다고 믿는 부류에 대한 글 말이다. 돌이켜보면 어느 사회나 ‘찌라시 인생’들은 한두 마리씩 꼭 있고, 그 조직의 상층부에 무지한 사람이 있는 경우에는 그런 말종이 오히려 인정 받으니, 그 부조리를 지적하고 싶었다. 묵묵히 살다가 몰상식한 변종 때문에 피해보는 사람들을 대변해야 겠다, 뭐 이런 생각에서다. 유언비어(流言蜚語) 날조자들의 뇌 구조가 궁금한 까닭이기도 하다. 끊임없이 누군가를 모함해야 존재이유가 있다고 느끼는 저렴한 부류. 또 그런 자들의 세치 혀에 놀아나는 무뇌아들의 세상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 정도가 출발이유다.

그런데 책상 앞 달력을 보고 생각을 바꿨다. 아니, 당연히 바뀌었다. 64년 전 오늘이 6·25 한국전쟁 발발일이기 때문이다. 전쟁의 가장 큰 죄악은 인간성의 파괴에 있다. 생명을 살상하는 잔혹성이야 말해 무엇하랴만, 승자에게도 패자에게도 두고두고 상흔을 남기는, 그래서 최후의 승리는 폭력에게 주어지는 비상식의 절정이다, 전쟁은. ‘특정 이데올로기가 인간을 구원하리라’는 망상에 빠진 일부 인간 변종들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대를 이어 불행해진 대표적인 역사. 총성이 멈춘 지 환갑이 되도록 아직 소리없는 전쟁은 유효하다. 종북과 빨갱이라는 유령이 배회하는 21세기 대한민국은 과연, 안녕한가.

해마다 6월이면 생각나는 기억 하나.

2000년 즈음 무작정 떠난 터키 여행에서 4명의 한국전 참전 용사를 만났다. 청년에서 노년이 된 투르크 전사들은 여전히 아리랑을 불렀고 한국과 한국인을 사랑했다. 특히 시골 마을에서 만난 할아버지는 한국전쟁 당시 찍었던 사진과 자신들의 무용담이 실린 신문 스크랩을 가져다 보여주며 청춘을 자랑했다.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참가한 전쟁이었지만 젊은 시절 가장 강렬했던 기억이기에 잊지 못한다는 말과 함께. 그 할아버지, 보내드린 아리랑 노래 테이프를 들으며 아직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를 읊조리실까. 그립다.

오늘 하루, 전쟁으로 희생된 무고한 넋들을 위로하련다. 그 어떤 이데올로기도 인간을 자유롭게 할 수 없으므로.

/최정용 경제부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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