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나혜석 거리는 수원의 명소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다. 지난 2000년 수원 팔달구 인계동에 조성된 나혜석거리는 인근 효원공원과 연계돼 있는데다 바닥분수 등의 휴식시설 등을 잘 갖추고 있다. 동쪽과 서쪽 입구에 나혜석 좌상과 입상, 그리고 조형물이 설치돼 있고 차 없는 거리로 조성해 많은 시민과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다. 이곳에는 주로 음식점과 호프집, 고기집들이 밀집돼 있는데 봄부터 가을철까지는 가게 주인들이 간이 테이블을 내놓고 영업한다. 특히 사람들이 집중되는 여름밤에는 자정까지 인파가 몰려 불야성을 이룬다.
어찌 보면 흥겨운 축제장과도 같다. 여기에 인근 호텔에 투숙하는 외국인 관광객까지 합세하면서 이제는 국제적인 명소로 변하고 있다. 그런데 주변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입장에서 볼 때는 불편하기 이를 데 없는 것이 당연하다. 따라서 매년 민원이 계속되고 있다. 대부분의 업소들이 도로까지 수백개의 야외 간이 테이블을 불법으로 설치해 놓고 손님을 받고 있어서 통행에 방해가 될 뿐 아니라 밤늦게까지 계속되는 소음과 취객들의 행동으로 생활에 지장을 받고 있는 형편이다. 행정관청의 입장으로 볼 때는 골칫거리일 수밖에 없다.
주민들의 민원, 그리고 행정기관의 단속과 업소들의 불법행위는 해마다 거듭되고 있지만 별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 “불법인 줄 알면서 시민들의 공간을 막무가내로 점거해 영업하는 것도 모자라 흡연과 음주마저 당연시하고 있다”는 시민의 불만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주민들의 민원과 행정기관의 단속은 당연하지만 또한 업주들의 입장도 그냥 외면하기는 어렵다. 나혜석거리 상인회 회원의 말처럼 “불법에 해당하는 것을 알고 있지만 여름철 야외 장사가 일년 수익을 좌우할 정도로 상인들의 밥줄이 걸린 일”이기 때문이다(본보 30일자 23면).
유럽을 여행해 본 사람들에게 인상 깊은 것이 무엇이었느냐고 질문하면 노상카페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혜석거리의 밤 풍경을 보면서 이를 떠올리는 이들도 있다. 엄연한 불법이긴 하지만 나혜석거리에 와본 외지인들은 이를 부러워하기도 한다.
명소가 하루아침에 생기지는 않는다. 따라서 인근 주민들의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절묘한 아이디어를 찾아내길 바란다. 특히 야외 영업으로 인해 발생하는 쓰레기, 소음, 흡연 등 문제를 해결하고 주민들의 불편을 줄이기 위한 상인회와 행정당국의 적극적인 대안이 모색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