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7월1일) 민선 6기 지방정부가 출범하였다. 이번 지방선거의 선택의 의미를 보면 세월호 사건의 영향으로 인해 우선 우리 사회의 주류적 패러다임인 성장과 경쟁가치에 대한 근본적이고 광범위한 성찰들이 이루어지고, 이것이 진보교육감 약진, 서울시장 수성 등으로 상당부분 수용되어 나타났다.
지방자치의 역사가 상당함에도 불구하고, 중앙정부의 막강한 권한 앞에 실질적 지방자치의 시대는 여전히 요원해 보인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의무보다 권한이 작은 지방정치의 현실, 특히 지방재정의 중앙 종속성이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큰 이유라 생각된다. 사회복지분야만 한정해서 살펴보면, 지방정부의 독자적 역할은 아주 미미하다. 왜냐하면 중앙 차원에서 복지정책을 결정하면, 지방정부는 의무적으로 예산을 배정해서 집행해야 한다.
민선6기에는 지방정부의 예산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보육예산에 더하여 2014년 7월부터 기존의 기초노령연금을 그 대상과 급여수준을 상향 조정한 기초연금을 지급하기에도 대다수 지방정부는 감당하기 벅찬 것이 현실이다. 서울의 모 구청의 경우 중앙정부 복지정책 매칭에만 전체 예산의 50% 이상이 들어가기 때문에 독자적으로 집행할 수 있는 예산이 거의 없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 특성에 맞는 보건복지서비스를 구상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민선 6기 지방정부의 우선과제는 지역의 다양한 욕구들을 충족할 정책과 프로그램을 어떻게 예산으로 뒷받침할 것인지를 검토하는 것이다. 선거는 끝났지만 실제적 고민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예산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어떤 정책과제도 실현이 불가능하다. 이 과제는 지방정부의 몫만은 아니다. 오히려 중앙정부의 보다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 함께 복지예산을 중앙과 지방이 어떻게 분담해서 마련할 것인지를 국민들에게 제시해야 한다.
보육, 기초연금 외에 장애인 거주시설 예산의 중앙정부 책임으로의 환원 등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보건복지예산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세금을 늘리거나 아니면 세출 예산을 조정해야 한다. 보육부터 노인서비스까지 생애주기별 서비스를 적정 수준으로 국가가 보장하기 위해서는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이다. 문제는 증세에 대해서는 정치권이 부담을 지지 않으려고 하니 당장 대안이 되기는 어렵다고 생각된다. 복지분야 외 다른 분야의 예산을 조정하여 보건복지예산을 늘리는 방안도 많은 연구자들의 지적대로 지난한 일이다.
복지분야 예산과 관련하여 정부는 취약계층 일자리, 지역사회서비스투자사업(사회서비스 바우처사업) 예산 등을 국고보조 방식이 아니라 광역 포괄보조방식(지역발전특별회계)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이럴 경우 기존 국고보조방식에 비해 전체 예산규모가 축소될 우려가 있으며, 예산이 부족할 경우 일부 사업은 대폭 축소되거나 없어질 가능성도 있다. 10여년 전 사회복지서비스분야 국고보조 예산이 분권교부세 방식으로 전환되어 지방정부의 책임으로 전환된 이후 사회복지서비스 제공현장의 열악한 실태, 예를 들어 보건복지부 기준에도 못 미치는 열악한 사회복지사들의 근로조건 등을 생각해 보면, 중앙정부의 사회복지서비스 예산 제공방식의 변화는 사회복지서비스 현장에 또 다른 도전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사회복지분야 예산방식의 변경은 분권교부세 정책과 같이 중앙정부의 일방적 결정이 아니라, 실제 정책을 집행하는 지방정부와의 협의를 거쳐 결정되어야 하며, 특히 현장에서 사회복지서비스를 제공받는 서비스 이용자의 이용권 관점이 반영되어야 한다. 이번에도 중앙정부의 일방적 정책결정으로 지방정부 복지예산의 실질적 삭감 내지 사회복지서비스 이용자의 권리가 침해받게 된다면 상당한 정책적 저항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