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1일자로 민선 6기가 출발했다. 당선의 기쁨이 채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무엇인가 새롭게 해보려는 의욕과 함께 이제는 책임을 져야한다는 부담이 교차할 것이다. 표를 구하기 위해 시민의 손을 잡고 거리를 돌아다닐 때는 한없이 미약한 존재감을 느꼈겠지만, 곧 공무원 조직이 만들어주는 의전의 달콤함에 빠지면 권력의 매력을 느낄 것이다. 그러나 그 속도만큼 시민과의 거리는 멀어질 것이다. 그리고 책상에 앉아서 업무를 보기 시작하면 법, 예산 그리고 규정이라고 하는 온갖 제약이 비전과 희망을 언어의 유희로 만들어버릴 것이다. 행정 절차와 관리에 노련한 공무원 조직의 협력 없이는 하나도 할 수 없다는 것을 곧 알게 될 것이다. 회의 때마다 듣게 될 ‘검토 중’이라는 말은 ‘할 수 없다’는 말을 예우를 갖추어서 전달한 것이라는 것은 아마 임기가 끝나는 시점에야 알게 될 것이다.
시민과 함께 비전 구현방안 모색해야
새로운 꿈을 가지고 출범하는 민선 6기의 시작에 즈음하여 이런 침통한 문장으로 시작하는 것을 이해하여 주기 바란다. 그것은 지금까지 우리가 지켜본 현실이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꿈을 가진 분들을 위해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는 꿈을 실현하기 위한 지원 세력을 가져야 한다. 전문가와 시민이 함께 모여 있는 위원회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자칫 위원회가 말만 많고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런 위원회를 잘 활용하면 많은 분들과 함께 할 수 있고, 소통과 협력의 제도적 장치가 될 수 있다. 소통을 위해 다른 정당 추천인사로 자리를 함께 하겠다고 하지만 실효성과 지속성이 의문이다. 진정 다양한 의견을 듣고자 한다면 장의 직속으로 두는 위원회가 훨씬 효율적이고, 위원과 위원장을 다양하게 구성하는 게 소통의 방식이 될 것이다.
둘째, 공무원과는 잦은 회의를 통해 대화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행정이 계층제의 상명하복 체계라고 하지만, 업무는 협조를 해야 한다. 모여서 이야기를 하다 보면 해답이 나온다. 1인에게 지시할 것이 아니라, 3∼5인이 모이는 회의를 자주 소집하는 것이 필요하다. 새로운 업무를 1인에게 일방적으로 지시하면 분명 ‘검토 중’이라는 답변만 듣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숫자가 너무 많으면 책임이 분산되어 토론이 되지 않고 결국은 일방적 지시로 흐르기 쉽다.
셋째, 관료는 결코 일을 하지 않는 조직이 아니다. 일을 하는 방식과 절차를 잘 알고 있고, 그래서 하지 않는 방법도 잘 알고 있다. 관료 조직은 일을 하지 않는 조직이 아니라 불필요한 일들을 하면서 하루하루를 바쁘게 지내고 있다. 일을 지시하려고 하면 구체적으로 해야 하는 이유이다. 그래서 나는 디테일 리더십을 강조한다. 세세한 부분을 간섭하라는 것이 아니라, 세세한 부분을 알고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의미다.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지방행정
세월호 참사를 보면서 우리 사회는 무엇인가 바꾸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한국 사회는 1970년대 정부 주도형의 경제 개발을 하면서 관료 우위의 사회가 형성됐다. 그러다 1980년대 후반 민주화가 되면서 정치 과잉의 시대가 되었다. 폐쇄적 관료주의가 이권 투쟁의 정치 과정을 만나면서 관피아의 토양이 마련되었다. 국가 개조이든, 지역 개조이든 핵심은 누가 우리 사회를 지배할 것인가의 문제로 집약된다. 그 답의 단초는 시민사회에서 찾아야 한다. SNS의 소통 공간에서는 실시간으로 우리의 의사결정이 이루어지고 있다. 시민 사회가 우리의 정치와 행정 과정을 지배하도록 재설계하는 것이 기본 방향이다. 관료 우위의 시대에 형성된 재량과 규제가 시민사회에 불편과 부패를 양산하고 있다. 정부 조직 개편이 답이 아니라, 시민의 입장에서 우리 사회를 재설계하는 계기가 필요하다.
시민운동가 출신의 서울시장, 관료출신에서 정치가로 변신한 인천시장, 순수 정치가 출신의 경기도 지사가 각각 어떠한 방식으로 지역개조의 설계를 만들어 갈지 관심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