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먹고 학교 운동장으로 나갔다. 운동장을 두어 바퀴 돌다 보니 어디서 낯익은 소리가 들린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정겨운 소리다. 매엥 매엥~~. 한번 울기 시작하더니 쉴 새 없이 운다.
맹꽁이 소리가 나는 곳을 눈여겨 살펴보니 교문 옆에 있는 맨홀이다. 맨홀을 들여다봐도 맹꽁이는 보이지 않았지만 그 녀석의 울음은 힘차다. 저녁 운동을 나온 사람들의 발길이 자연스레 맹꽁이 울음 쪽으로 향했고 맹꽁이에 대한 각자의 추억을 꺼내놓으며 즐거워한다.
내 어린 시절만 해도 맹꽁이는 흔히 볼 수 있었다. 장마철이 되면 펌프가 있던 마당 한켠 우물가나 지지랑물이 흐르던 뒤란 쪽에서 둥그런 배를 커다랗게 부풀리며 밤새 울곤 했다. 맹꽁이를 잡아 놀기도 하고 맹꽁이가 맹∼ 하고 울면 꽁∼ 하고 장단을 맞추기도 했다.
무심코 신발을 신다가 고무신 안에 들어있는 녀석을 밟았을 때 그 물컹하면서 납작해지는 느낌은 지금 생각해도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맹꽁이가 한 차례 울고 얼마 후엔 장마로 생긴 물웅덩이에 알을 서려 놓았고, 그 알이 올챙이가 되면 검정 고무신으로 떠서 가지고 놀면서 올챙이에 꼬리가 달리고 뒷다리와 앞다리가 나오는 것을 지켜보면서 여름 한 철을 보내기도 했다.
형제가 많았던 우리 집은 맏이와 막내의 나이 차가 컸다. 큰 언니가 결혼할 때 아직 어렸던 남동생은 매형이라는 말 대신 맹꽁맹꽁하고 부르면서 업어달라고 보채던 생각에 혼자 웃음이 난다.
사람들은 조금 어눌한 행동을 하면 맹꽁이 같다는 말을 해서 맹꽁이가 조금은 덜 떨어진 동물로 생각할 수도 있는데 매우 영리한 동물이라고 한다. 쟁기발개구리라는 별명답게 뒷발로 땅바닥을 파고 어떤 위험이 닥치면 자기 몸을 감출 수 있는 특별한 재주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맹꽁이와 그렇게 가깝게 놀면서도 맹꽁이가 힘차게 우는 것이 짝을 찾기 위한 구애의 방법이라는 걸 나중에 알았다. 한 놈이 맹∼ 하고 울면 다른 놈이 꽁∼ 하고 대답을 하면서 서로의 위치를 알리고 짝짓기를 한다는 것이다.
한평생 땅 속에 살다가 장마철이 되면 종족 번식을 위해 유일하게 세상나들이를 하는 맹꽁이는 서로 멋진 목소리로 구애하기 위해 치열하게 우는 것이며 울음주머니의 피부가 늘어진 것으로 암수를 구별한다.
개굴개굴 울면 개구리고 맹꽁맹꽁하면 맹꽁이로만 알았는데 맹꽁이란 녀석이 얼마나 신비스러운지 차츰 알게 되었다. 개구리가 주로 물에서 생활하는 것과는 달리 맹꽁이는 물을 무서워해서 장마 때만 잠깐 물웅덩이를 찾아 산란을 하고 다시 숲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그렇게 흔하게 접하던 맹꽁이가 지금은 환경부 지정 멸종 위기 야생동물 2급이라니 안타깝다. 농약 사용과 택지개발 그리고 이런저런 오염물질로 인해 서식처를 잃은 탓이다.
평택의 경우 덕동산에 주로 서식하면서 우기에 잠깐 내려와 짝짓기를 하고 다시 산으로 숨어든다는 말을 들었는데 이렇게 가까이에서 맹꽁이 소리를 들으니 반갑다. 맹꽁이만 봐도 알 수 있듯 주변의 환경변화에 따라 야생동물들의 생존이 크게 위협받고 있음을 새삼 확인하면서 맹꽁이의 정겨운 울음을 스마트폰에 담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