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벌’에서 ‘말’은 크다는 뜻의 접두사다. 이런 말벌 중에서도 가장 덩치가 큰 놈은 장수말벌이다. 5Cm 정도로 어른 새끼손가락만 하다. 덩치만 큰 것이 아니다. 힘은 물론 독도 강하고 양도 많다. 강한 독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갈 정도로 치명적이다. 독에 있는 ‘만다라톡신’이라는 신경마비물질 때문이다.
말벌 독이 무서운 것은 독성 자체보다 독성분에 강한 알레르기 반응이라고도 한다. 독에 쏘이면 ‘과민충격’이 일어나면서 온몸이 퉁퉁 붓고 기도가 막혀 죽음에 이르러서다. 말벌의 최대 무기 독침은 다른 벌과 마찬가지로 원래 알을 낳는 산란관이었다. 이런 산란관이 생존의 법칙에 따라 독침으로 진화한 것이다. 진화도 강하게 했다. 한번 침을 쏘고 죽는 꿀벌과 달리 말벌은 주사바늘처럼 찔렀다 뺐다를 반복할 수 있다.
말벌이 사람 머리를 집중 공격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고 한다. 세계적 곤충학자인 일본의 ‘마사토 오노’ 교수는 1977년에 쓴 자신의 저서 ‘말벌의 과학’에서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예부터 벌집을 공격할만한 동물은 곰 등 대형 포유류밖에 없었다. 이들의 공격으로부터 집을 방어하기 위해 독침을 갖게 진화했고, 포식자인 곰의 검은 털과 형태가 비슷한 사람머리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게 됐다는 것이다.
‘기다리다 지쳤어요 땡벌땡벌’이라는 노래가사의 땡벌은 땅벌의 경상도 사투리며 땅속에 사는 말벌의 일종이다. ‘말벌’집은 산속 짚 덤불이나 땅속, 특히 산소 주변에 많다. 이런 벌집을 실수로 건드리거나 가까이서 지나갈 때 진동이 전달되면 흥분한 벌들이 나와 공격한다. 그러나 이때는 서너 마리가 나와 겁만 주는 형태의 공격이 대부분이다. 그럴 경우 조용히 물러나는 게 상책이다. 만약 이를 무시하고 과격한 행동을 하거나 벌집을 공격하면 벌들은 즉시 ‘공격페르몬’을 내뿜어 동료(?)들의 출동을 유도해 집단공격에 나선다.
벌초나 성묘 중 말벌에 쏘여 사망사고가 발생하는 것도 이런 연유가 많다.
요즘 ‘말벌’ 피해가 늘어나는 계절이다. 엊그제 경기북부지역에서만도 15명이 벌에 쏘여 병원 치료를 받았다. 피해 장소도 집안과 놀이터, 야산과 농장 등 다양했다. 말벌의 습격을 막고 피하는 일, 조심이 최상책이다.
/정준성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