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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자살 공화국, 노인 빈곤, 기본소득제

 

연일 불볕더위에 사람도 산하도 타들어가고 있다. 세월호에, 풀리지 않는 경기에, 고위공직 후보자들의 드러나는 민낯에, 비는 오지 않는 ‘마른 장마’에 이래저래 우울한 우리 사회의 자화상 꼭대기에 자리한 불명예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십 년째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는 ‘자살 공화국’일 듯 싶다. 세계사에 유례가 없는 단기간의 압축성장을 통해 국민소득은 선진국 문턱에 진입하여 단군 이래 최고의 성대를 구가하고 있는 이 때, 살기가 힘들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의 숫자가 세계 최고라니 우리 사회의 정체성과 삶의 질 문제를 새삼 되돌아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보건복지부가 월초에 발표한 OECD 건강통계에 따르면 2012년 한국의 인구 10만 명당 자살자가 29.1명이었다. OECD 평균 12.1명의 2.4배고, 가장 적은 터키 1.7명의 17배다. 자살률 중 눈여겨 볼 부분이 노인 자살이다. 외환위기 당시 회사에서 거리로 내몰린 40·50대들이 현재 노인에 접어들어 가장 가난하고(65세 이상 노인 중 중위소득 이하 비율이 45%로 OECD 국가 중 압도적 1위), 자살도 가장 많이 한다. 2011년 65세 이상 노인의 자살률은 81.9명으로 미국(14.5명)의 5.6배, 일본(17.9명)의 4.7배이다. 75세에 이르면 자살자는 160명에 달해 OECD 평균인 5명의 30배가 넘는다. 한국이 자살률 1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주요인이 높은 노인 자살률이고, 그 중심에 노인 빈곤문제가 있다.

이 부끄러운 현실을 어떻게 풀어가야 하나? 필자는 본란을 통하여 수 회 소득 편중과 복지 문제를 제기한 바 있거니와, 해답은 역시 편중된 소득의 재분배로 귀착한다. 이와 관련하여 흥미 있는 개념이 근자에 논의되고 있는 ‘기본소득 제도’이다. 기본소득이란 아무 조건 없이 모든 사람에게 기본적 생활이 가능하도록 현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노동 여부와 관계없이 일정 소득을 지급한다는 점에서 ‘소득=노동의 대가’라는 전통적 경제관념에 배치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모든 노인에게 2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한 기초연금 공약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번 달부터 시행되는 이 제도는 재원문제 등으로 상당 부분 축소되긴 했으나, 심각한 노인 빈곤에 대처하는 단초를 제공했다는 점에서는 큰 의의를 갖는다.

자본주의는 그 속성상 부의 편중이 불가피하고, 경제가 고도화할수록 기술발전과 기계화로 고용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아무리 일자리 창출을 외친들 이 추세를 반전시킬 방법이 없고 보면, 실업과 내수 부족 그리고 복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유효한 방안으로 기본소득제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스위스에서 최근 모든 성인에게 기본소득을 보장하는 국민발의법안이 의회에 제출되었다. 지난해 4월부터 서명 작업을 벌여온 스위스 시민사회가 12만 명 이상의 서명을 받아 스위스 연방의회에 제출한 것인데, 성인인 국민에게 한 달 2천500 스위스 프랑(약 2천800 달러, 297만 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것이 그 골자로, 2016년에 국민투표에 부쳐질 것으로 보인다. 스위스는 최고의 국민소득(2012년도 8만1천608달러로 세계 5위)과 잘 갖춰진 사회 시스템으로 전 세계인이 부러워하는 나라가 아닌가? 다른 나라도 아닌 스위스에서의 이런 움직임은 앞으로 기본소득의 세계적 논의에 일대 전기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본소득제는 경제에 대한 기존의 패러다임을 뒤엎는 발상이며, 그 역기능과 재원 조달방안 등 난제가 첩첩한 제도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악화하는 경제체제(자본주의) 문제를 해결할 중심 대책으로 전 세계적으로 논의되고, 나아가 제도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짧은 경제발전 기간과 척박한 사회 인프라로 우리가 앓고 있는 소득편중의 심화, 빈곤층이 겪는 세계 최상위의 빈곤, 청년과 노인 실업의 증가, 최고의 자살률, 노인 빈곤 등 심각한 경제.사회 질병을 치유하는 방안으로 이를 공론의 장에서 논의하고 도입하는 준비를 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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