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재미있는 글을 만났다.
조선시대 역대 바보왕 순위에 대한 내용이다. 지식 사이트에 있느니 궁금한 분들은 찾아봐도 좋겠다.
먼저 순위를 살펴보면 이렇다. 주관적인 순서라고 밝혔으니 감안하고 보자.
1위 인조, 2위 철종, 3위 중종, 4위 성종, 5위 명종이다.
인조가 최고에 오른 이유는 ▲광해군 때 이루어진 중립외교 정책을 버리고 친명배금 정책으로 돌아선 점 ▲결국 무모한 정책으로 인해 두 차례의 호란을 겪고 삼전도의 치욕을 당한 점 ▲그 후 청나라에 대한 복수심에만 불타 소현세자가 친청(親淸) 정책을 내세우자 바로 죽여버리고 그의 아내와 아들들을 모조리 유배보내거나 죽여버린 점 ▲그리고 둘째 아들 효종에게 청나라를 꼭 정벌하라고 유언한 후 죽은 점 등을 들었다.
돌이켜보면, 굳이 이들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역사속에서 찌질(?)하거나 좀생이같은 임금 때문에 백성들만 욕본 경우가 어디 한둘인가. 가엾은 민초들만 ‘바람보다 먼저 눕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 세월이 부지기수다.
그런데 역대 최강 바보왕은 누가 뭐래도 이 분이다. 덴마크 동화작가 안데르센(Hans Christian Andersen)의 작품 ‘벌거벗은 임금님’에 등장하는 ‘욕심으로 얼룩진 눈 뜬 봉사같은 임금’ 말이다. 내용은 이렇다.
옛날 어느 나라에 욕심 많은 임금이 있었다. 하루는 거짓말쟁이 재봉사와 그의 친구가 임금을 찾아와 세상에서 가장 멋진 옷을 만들어 주겠다고 꼬신다. 그러면서 어리석은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 옷이라고 슬쩍 눙친다.
물론 사기다. 흥분한 임금은 작업실까지 준다. 시간이 지나고 옷이 완성 됐다는 전갈이 왔다. 물론 옷은 없다. 그러나 임금과 아부대마왕 신하들까지 어리석은 사람이 되기 싫었기 때문에 옷이 보이는 척 한다. 급기야 거리행진까지 감행한다. 그 모습을 본 어린이가 “임금님은 벌거벗었다”고 소리쳤다. 그때서야 눈꺼풀이 벗겨진 임금과 신하들은 속은 것을 알아차렸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곱씹을 일이다.
그런데 인간사 그런 분들이 어디 동화에만 있겠나. 조금만 돌아보면 ‘곳곳이 바보천지(處處等像)’다.
/최정용 경제부장·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