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이렇게 맞고 살다가 죽으면 되지요, 아이도 못 낳는 저를 이만큼 데리고 살아준 것도 고맙지요.”
얼마 전 가정폭력을 당하였다는 신고자가 가정폭력전담경찰관과 상담 중 한 말이다. 그리고 그 후에도 남편의 폭행은 계속되었다.
가정폭력은 한 번 시작되면 그만두는 경우가 극히 적고 그 수위도 점차 난폭해진다. 그러므로 한 해 두 해 지나가면서 폭력에 대한 내성이 생기며 나 혼자만 참으면 되는 문제라는 그릇된 생각으로 자포자기하게 된다.
그러나 가정폭력은 단지 나 혼자만 참으면 되는 부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가정폭력이 있는 환경에서 자란 자녀는 학습효과에 의해 사회인이나 부모가 되었을 때 또 다른 가해자가 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한 가정 내의 폭력이 사회 전반으로 확대되어 또 다른 폭력이 재생산되는 악순환의 결과를 낳는 것이다.
경기도에서는 하루 약 130여건의 가정폭력 신고가 접수·처리 되고 있으며, 2010년 전국 가정폭력실태조사 결과에 의하면 정서폭력 33.6%, 신체폭력 15.3% 등 다양한 가정폭력이 일어나고 있으나, 이에 반해 주위에 도움을 요청한 경험이 있는 피해자는 불과37.3%에 불과하다.
폭력 없는 행복한 가정을 만들기 위해서는 가정폭력에 대한 꾸준한 법률개정과 프로그램 개발, 치료 및 상담 시설 등 지역사회 안전망을 구축하고 가정폭력이 중범죄임을 알려주는 인식전환교육과 가해자에 대한 처벌강화(3진 아웃제도:3년 이내 두 차례 이상 가정폭력을 휘두른 사람이 다시 같은 범죄를 저지르면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하는 제도) 등을 통하여 가정폭력 피해의 사각지대를 줄여나가는 데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사람들의 인식도 바뀌어 가기 시작하여 가정폭력으로 의심되는 일에 대한 112신고건수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적극적으로 가해자 교정과 알콜중독 치료를 받으려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 것을 보면 가정폭력을 행사하던 가해자의 인식이 많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듯 선진화 되어 가는 우리의 의식을 보면 밝은 가정·안전한 사회가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