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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자기의 유익을 구(求)치 않고

 

아침에 일찍 나가보니 누가 우리 집 문 앞에 온갖 쓰레기를 어질러 놓았다. 주위를 살펴 보아도 소용이 없고 그렇다고 쓰레기를 들고 일일이 물어 볼 작정도 아니라 하는 수 없이 쓰레기를 집으로 가지고 들어와 수거용 봉지에 넣었다. 그 일이 있은 며칠 후 또 똑같은 일이 생겼다. 그런데 이번에는 괘씸한 생각도 들고 주위에서 하는 말이 박스 줍는 사람들이 필요한 것만 가지고 가고 필요 없는 쓰레기는 버리고 가는 경우가 있으니, 잘 살펴보라는 귀띔을 해주었다.

자세히 보니 일반 쓰레기가 아니라 의료 폐기물이 상당수 들어있었다. 그렇다면 짐작이 가는 곳이 있었다. 한 나절 후에 그 병원 직원을 불러 자초지종을 얘기했더니 오히려 자기는 당연히 버리는 곳에 버렸으니 더 이상 상관하지 말라며 성깔을 드러낸다. 결국 사무장을 불러 이웃 간에 이런 일로 얼굴 붉히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는 말을 했더니, 사무장 말인즉 고물 수집을 하는 사람들을 돕는다는 뜻으로 박스나 그 밖의 재활용품을 내놓다 부주의로 그렇게 된 것 같다며 사과를 했다. 그러나 정작 처음 말을 건넸던 여직원은 여전히 쌩쌩하고 지나간다.

요즘은 이웃 간에 이사떡을 돌리는 것도 반기지 않는 일이 된지 오래다. 층간 소음 때문에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저지르는 일이 왕왕 있다. 단독 주택에 사는 나는 별로 실감이 나지 않는 일이지만 주차전쟁은 피하지 못하고 있다. 잠시만 눈을 돌리면 출입문까지 막는 얌체 주차를 하고 연락처도 없이 사라졌다. 다행이 본 사람이 있어 찾아가서 차를 좀 옮겨 달라고 하니 불쾌한 빛이 역력하다. 이런 무경우를 당하면서도 어지간하면 참는 일이 결코 남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다. 당장 눈앞의 이익이 아니라 내가 양보를 하고 내가 선을 행함으로 각박한 세상에 조금이나마 수월하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혹시라도 누구에게 작으나마 요구할 일이나 양보를 받을 일이 생기면 먼저 양해를 구하고 상대방의 동의를 구하는 게 순서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풍조가 되어 버리고 양보하는 사람은 바보가 되었고 나랏돈 못 먹는 사람은 장애인이라는 말을 듣는 세상이다.

집주변에 돗자리 몇 장 크기의 자투리땅이 있는데 봄만 되면 하다못해 호박 덩굴이라도 올릴까 하면 땅주인이 무얼 하겠다는 말이 들린다. 그러나 여름이면 잡초만 무성하고 그 사이에 벌레만 우글거린다. 하는 수 없이 우리 어머니가 비오기를 기다려 풀을 뽑거나 남편이 잘하지도 못하는 낫질에 모기에 수도 없이 물려가면서 풀을 잡는다. 그럴라치면 땅주인을 시키지 무슨 남의 일까지 하느냐고 핀잔이지만 세상은 지는 사람이 이기는 것이라는 진리가 조그만 수고를 아끼지 않게 한다. 혼자 길을 걷는 소경이 등불을 들고 걸어가기에 까닭을 물으니 다른 사람이라도 밝게 다니게 하기 위해 등불을 들고 다닌다는 이야기는 오늘에 우리가 새겨야 할 이야기다.

모든 불행은 남의 불편함이나 불리함을 생각하기 전에 자신의 이익만을 구해는 데서 온다고 본다. 이제라도 나 아닌 내 이웃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온 나라를 슬픔에 빠뜨렸던 세월호가 그 본보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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