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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여름휴가

 

휴가의 계절이다. 무더위가 덮친다. 태양은 바로 머리 정수리 위에서 이글거린다. 홍염(紅焰)이 작렬한다.

그 불볕더위 사이로 장마전선이 펼쳐져 햇살을 막아준다. 그 덕분에 잠시 동안 숨을 고른다. 올 장마도 7월 하순 끝에서 사라졌다. 그러자 불볕더위가 맹위를 떨친다. 그런데 참으로 고맙게도 태풍이 먼 바다에서 올라온다. 덕분에 가마솥더위에도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다. 한랭과 폭염이 주기적으로 교차하는 음양의 조화는 신께서 직접 섭리하신다. 그 모든 자연현상의 이면에 숨겨진 신의 자비로움!

참으로 오랜만에 휴가다운 휴가의 망중한(忙中閑)을 보낸다. 휴가는 1월 극한(極寒)과 8월 폭서(暴暑)를 기점으로 계절의 맹위를 피하여 생을 호흡하라는 신의 배려이다.

휴식은 전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시간. 6일간 열심히 일하고 제7일에 휴식을 취하는 것도 신의 섭리에 합당한 순종적(順從的) 반응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인생이 얼마나 고단하고 피곤하겠는가? 그러나 우리 주변엔 휴가 자체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고단한 생업을 멈출 수 없는 이들도 있다. 물론 그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래서 더욱 겸손하게 휴가를 보낼 필요는 있겠다.

외국 근로자로서 직업을 구하고 그곳 사회에 적응하여 정착 과정을 겪으며 잠시 휴가를 받아 고향땅을 찾은 아이들과 함께 모처럼 여름휴가를 보낸다. 참으로 오랜만에 보내는 망중한(忙中閑)이다. 햇수로 5년만이다. 역시 휴가는 가족이 모두 함께 해야만 즐겁고 재미가 있다. 그간 이산가족처럼 떨어져 살아왔는데 모처럼 함께 모여 생활한다. 날은 무덥지만 함께 있으니 행복하다. 부모가 자식들과 함께 하는 휴가가 진정 휴가인 것 같다. 아이들도 또한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

초저녁시간에 보는 영화. 더위를 식혀주는 설빙 한 그릇. 중복더위를 몰아내주는 삼계탕, 수영, 등산, 산책, 쇼핑, 아이들이 외국에서 땀 흘리며 벌어온 달러로 우리 전통시장이나 대형마트, 백화점에서 물건을 산다. 내수(內需) 진작을 위해서 아주 작으나마 ‘소비가 미덕’이라며 보탠다. 일련의 이런 행위가 작은 충성이 아닌가!

아이들이 부모께 효도하면서 소비한다. 충효를 실질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말로만이 아닌 실천이 중요하다. 물질이 들어간 곳에 마음도 머물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갸륵하고 기특하다. 행복한 망중한(忙中閑)의 시간이다.

이번 휴가 기간이 끝나면 이별의 시간이 다가온다. 5년 만에 재회한 부모자식간의 짧은 만남인 여름휴가, 아쉽다. 8월 초순이면 자신들의 직장이 있는 외국으로 떠난다. 아울러 당부 몇 마디 건넨다. 물론 잘들 알아서 하겠지만 부모는 걱정이 앞서는 법.

이산가족 아닌 이산가족으로 나는 살고 있다. 남북 이산가족의 애환을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긴긴 세월을 헤어진 혈육으로 가슴앓이하고 지냈던 시간들의 명멸(明滅)을….

나는 올 여름 휴가 끝자락에 와있다. 재회의 기쁨과 이별의 애환. 소비는 미덕이요 휴가는 망중한이라. 신께서는 우리를 위해 섭리하시고 우리는 이웃을 배려하며 휴가를 조용히 가족과 함께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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