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어이없고, 허망하다. 매실 밭 풀숲에 죽어있는 그의 시신(屍身)을 본 국민들은 하나같이 충격에 휩싸였을 것이다. TV에서 본, 평소의 당당하던 모습과 죽은 모습이 오버랩 되어 오랫동안 충격이 가시질 않는다. 시신은 누군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훼손 되어 구더기가 파먹고 있는 참혹한 모습이라 했다. 백골이 들어나고 목과 머리카락이 분리 된, 시신 옆에는 육포 두어 조각과 빈 소주병, 막걸리 병뿐이었다 한다. 겨우 수습된 시신은 몇 개월째 안식을 얻지 못하고 차디 찬 냉동고 속에서 뼈 조각, 세포 하나까지도 철저한 조사를 받고 있다.
그 자신도 낯선 산자락에서 이토록 비참하게 죽어 갈 줄은 몰랐을 것이다. 그의 죽음 곁에는 그의 가족들도, 그를 추종하던 신도들도, 그 누구도 없었다. 그렇게 참혹한 모습으로, 수많은 미스터리를 남긴 채 우리 앞에 나타날 줄 꿈에도 상상하지 못하였다. 신도들의 호위 속에 호화로운 황제 도피생활을 하고 있거나, 감쪽같이 밀항하여 싸들고 간 돈 보따리로 외국에서 호화생활을 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국민들은 그에게 허를 찔리고 말았다.
수많은 계열기업과 수천억 혹은 조 단위(?)의 재산을 축적한 재벌가 회장이었다. 항상 미모의 젊은 여인들을 곁에 두고 건강을 과시하며 유기농, 건강식품들로 장수를 자신하던 사람이었다. 최고급 카메라로 수많은 예술작품(?)을 담아내며, 자칭 세계적인 사진작가로 행세하던 그였다. 그의 자녀들도 해외를 드나들며 외국 곳곳에 대저택을 소유, 한껏 귀족생활을 누리어 왔다.
그는 십여만 신도들의 존경과 추앙을 받으며 신(神)처럼 받들어지던 기독교 이단 교주였다. 교인으로서 ‘욕심이 잉태한 즉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한즉 사망을 낳는다’하시며 탐욕의 끝은 곧 죽음이라 가르친 하느님의 말씀도 따르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욕망충족을 위하여 온갖 불법까지 서슴지 않았다. 그 결과는 칼날같이 비정하여, 억울하게 희생된 300여명의 세월호 승객들 외에도 그 자신과 가족들, 그를 추종하던 조력자들도 풍비박산이 나 대부분 수감되거나 도망자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가 가졌던 막대한 재물과 권력, 명예, 수십억의 도피자금도 막다른 골목에서 그를 구원하지 못하였고, 죽음의 복(福)마저도 그를 외면하고 말았다. 결국 신의 심판으로 보이는 준엄한 막장이 드라마틱하게 전개되었다. 욕망은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이지만, 지나친 탐욕은 질병과 같다. 인간은 공동(共同)생존을 위하여 이 욕망을 다스릴 수 있는 이성(理性)을 가지며, 법, 도덕, 종교, 교육 등을 통하여 이성적 억제력을 키워 나간다. 개인적 결함으로 이 억제력이 부족할 때, 그처럼 사회적인 문제를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그를 통하여 삶과 죽음에 대하여 깊이 사유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누구도 죽음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이 불변의 진리를 망각하고 허황된 이기심으로 움켜쥐려는 삶을 계속하고 있다. 생의 마지막, 아름다운 죽음이란 어떤 것인가? 진정한 삶의 가치는 무엇인가? 등, 깊은 사유가 필요하다 하겠다.
그의 허망한 죽음은 우리에게 엄청난 충격을 안겨주며, 그와 다를 바 없이 욕망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삶의 방향을 확연하게 제시하여 주고 있다
▲월간 ‘한국수필’ 등단 ▲한국수필작가회 이사 ▲한국문인협회가평지부장 역임 ▲수필집: ‘남쪽포구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