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대선자금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공멸의 위기로 치닫고 있는 정치권에 새로운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새로운 분위기 조성의 주역은 역시 노무현 대통령과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다.
먼저 선수를 치고 나온 건 노 대통령이었다. 그는 현직 대통령의 발언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거침없는 직설화법으로 자신의 불법대선자금 문제를 정면돌파하려는 속내를 내비쳤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10분의 1이 넘으면 대통령직 사퇴와 정치권을 떠나겠다는 그의 발언은 자칫 검찰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적절치 못한 발언이었다. 또한 그 같은 발언은 가뜩이나 정치권에 대한 혐오와 불신에 빠져 있는 국민들을 더욱 어리둥절하게 만들 뿐이다.
한편 불법자금 모금이 속속 드러나면서 당의 실무자가 구속되거나 수배되고, 이회창 전 총재의 측근들이 연일 검찰의 소환을 받고 있는 한나라당은 그야말로 쑥대밭이 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태가 심각하게 돌아가자 결국 이회창 전 총재가 직접 나서야한다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제 마침내 이회창 총재가 굳은 표정으로 당사에 나타났다. 기자회견에 임하는 그의 표정은 시종 어두웠다. 그러나 그의 표정 어딘가엔 무언가 결연한 의지 같은 게 내비치기도 했다.
이회창 전 총재는 “한나라당의 불법대선자금은 대선후보였던 제가 시켜서 한 일이며 전적으로 저의 책임으로, 제가 처벌을 받는 것이 마땅하다”면서 “제가 이 모든 짐을 짊어지고 감옥에 가겠다”고 말했다. 이 전 총재는 이어 “제가 처벌을 받기 위해 나선 이상 당의 실무자와 자신의 측근들에게는 법이 허락하는 최대한의 관용을 베풀어 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물론 이회창 전 총재의 결연한 태도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해 마지못해 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의 행보에서 결자해지의 정신을 읽는 것도 잊어서는 안된다.
이제 공은 검찰에 넘어갔다. 상대와의 비교우위론을 펴며 한발 물러서 있는 노 대통령과 결자해지의 정신으로 검찰에 자진출두한 전 야당 총재 사이에서 검찰은 새삼 엄청난 부담과 고민을 떠앉게 되었다.
바야흐로 검찰의 의지가 향후 이 나라 정치의 미래를 결정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