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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어떤 사랑의 색깔

 

“글쎄 제가 정말 자식을 잘못 키운 걸까요? 기어이 가출을 했어요. 가출신고를 하긴 했지만 잘한 건지 모르겠어요.”

밤새 한숨도 못 잤다는 아이의 엄마는 참았던 오열을 하고 말았다. 매달 들어가는 학원비를 자기한테 주면 독립해서 살겠다는 중학교 3학년인 자식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얼마나 마음을 비워야 자식을 키울 수 있을지 인생선배이니 알려달라고 한다. 그 답을 내가 안다면 얼마나 좋을까. 평생을 찾아 헤매는 그 답을 말이다.

한 때는 나도 자식은 뿌리는 대로 거두는 줄 알았다. 그렇게 확신하던 때가 있었다. 내가 사랑을 충분히 주고 내가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그 영양분을 한없이 퍼주다보면 그 사랑이 무럭무럭 자라는 줄 알았다. 마치 내 어머니가 했던 것처럼. 하지만 그 일방적인 사랑이 나만의 착각이라는 사실을 깨닫기까지는 그렇게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자식이 그 사랑을 간섭이고 올가미로 받아들인다면 그건 결코 사랑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좀 더 일찍 알았어야 했다. 그랬다면 나도 더 멋지고 세련된 부모가 될 수 있었을 텐데.

봄날 바람에 하얗게 날아오르는 민들레 홀씨를 본 적이 있다. 한꺼번에 날아올라 천지사방으로 흩어지는 홀씨처럼 많고 많은 사람들 중에 유독 나에게 날아들어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자식이라는 생명체. 그 여리고 안타까운 생명체에겐 어미가 전부일 테니 그때는 아무리 주어도 넘치지 않을 관심이요, 사랑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생명체는 몸이 자라고 마음이 자라고 생각 또한 자라서 마침내 스스로도 또 다른 홀씨를 준비하는 객체가 되어간다. 마치 홀로 자란 듯 당당하고 도도하게.

부모의 사랑도 함께 자랐어야 했다. 좀 더 성숙하고 좀 더 세련되게. 하지만 어디에서도 성숙하고 세련된 어른이 되는 방법, 또는 엄마가 되는 방법을 그때그때 배우지 못했다. 일반회사에 입사를 하는데도 여러 가지 스펙 조건을 갖춰야 하는데 부모가 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어떤 과정의 교육이나 자격조건은 없었던 것 같다. 그저 성인이면 가능했을 뿐. 물론 나름대로 많은 준비를 하고 개인적인 학습을 통해 부모 될 준비를 충분히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나는 그런 준비를 충분히 하지 못했던 것 같다.

계절이 변하듯 얼떨결에 되어 버린 부모로 살아간다는 건 쉽지가 않다. 변화무쌍한 세상 속에서 부모 또한 성숙되지 못한 인간이라는 걸, 늘 갈등하고 힘들게 견디며 살아간다는 걸 이해해 줄 자식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히 안다. 아무리 힘들어도 그 자리 지킬 줄 아는 숱한 부모, 숱한 어머니가 있었기에 오늘의 우리가 있다는 사실. 미련하리만치 색깔 변하지 않는 어머니의 그 깊은 사랑이 있었기에 또 다른 민들레 홀씨 같은 숱한 젊은이들이 활기차게 날아오를 수 있다는 사실. 영원히 자식일 수만은 없듯이 그 자식 또한 곧 부모가 되게 마련이다. 내가 그 숱한 과정을 거쳐 어른이 되어왔듯 미성숙한 그들 또한 그렇게 어른이 되어가는 것. 그러니 가출한 자식을 두고 오열하는 그 여인에게도 말해주고 싶다. 어머니라면 또 한 번 힘을 내고 지긋한 인내심으로 견뎌내야 할 일이라고 마치 숙명처럼 말이다.

▲에세이 문예 등단 ▲한국 에세이 작가연대 회원 ▲한국본격수필가협회 회원 ▲평택문협 회원 ▲독서토론논술 문화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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