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을 살면서 어떤 경우에라도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있다. 그런데 추석을 앞둔 6일 그런 일이 일어났다. 자식과 부모 등 가족을 잃은 슬픔을 누르고 원인을 밝혀달라며 단식을 하고 있는 유가족들 옆에서 이른 바 ‘폭식투쟁’이라며 치킨과 피자를 쌓아 놓고 먹는, 지금껏 살면서 들어보지 못한 해괴한 행동을 벌인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일베)와 자유청년연합이란 단체 회원들이 그들이다.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들이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 투쟁을 벌이는 것이 잘하는 것인지 아닌지는 국민각자가 판단할 몫이다. 그러나 가족을 비참하게 보낸 유가족들의 슬픔을 그렇게 조롱하는 것이 아니다.
이들은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광화문 광장을 시민들에게 돌려 달라’며 치킨과 피자 등을 먹었다. 이들의 행동에 대해 ‘폭식으로 유가족의 단식을 조롱했다’는 비난이 확산되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소위 일베들에 대한 분노가 폭발 직전이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자식 참 잘 키웠다’ ‘일베들은 자신들이 무슨 생각인지 알고 하는걸까’ ‘도가 지나쳤다 개인의 정치적 신념과는 전혀 다른 문제’라는 글들이 줄을 이으며 뜨겁게 인터넷을 달구고 있는 중이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어 본 사람이면 추석이나 설날 등 명절에 그리움이 더욱 더 깊어진다는 것을 안다. 따라서 세월호 유가족들이 추석을 앞두고 처참하게 세상을 떠난 자식과 형제자매, 부모를 생각하면서 얼마나 큰 슬픔과 그리움에 빠져 있을지 짐작할 수 있다. 그들의 슬픔에 위로는 못해줄망정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해서는 안될 짓’을 하는 저들은 누군가? 자신들이 한 일이 얼마나 천박하고 비인륜적인 것인지 알고 있을까? 물론 이전에도 일베회원들은 끊임없이 사회적 물의를 빚어왔다. 이번 세월호 참사 때도 마찬가지였다.
한 어머니가 시신 인양이 안된 채 차가운 바닷물 속에 있는 자식을 위해 밥을 바다에 뿌리는 눈물겨운 사진에는 ‘밥을 줬으면 반찬도 주라고’, ‘물은 안줘도 되겠네’ 등의 댓글이 달렸다. 실종자 가족들이 봤으면 또 다시 억장이 무너질 노릇이다. 이번 이른 바 ‘폭식투쟁’에 대한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유가족들의 수사권·기소권 요구가 ‘법치주의에 대한 도전’이라는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도 페이스북에 ‘표현하는 방법이 엽기적이면 과연 누가 지지할 수 있겠나’라며 비판했을 정도다.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가 사라진 작금의 현실이 개탄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