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과 육아 그리고 가족 만들기’를 위해, ‘생의 한 가운데’에서, 잠시 일의 세계를 떠났던 여성들, 그녀들은 간절히 일터로의 복귀를 원하고 있다. 그녀들을 일컬어 사회는 ‘경단녀’라 부른다. 직장생활을 통해 경력을 쌓았지만 출산 또는 육아로 인해 ‘경력이 단절된 여성’을 칭하는 줄임말 신조어이다. 최근 여성의 경력단절이 개인적 여성 당사자의 문제를 넘어 심각한 사회 문제로 급부상하고 있다. 우리나라 여성 고용의 특징은 20대에는 남성과 유사한 고용률을 보이나 출산과 육아를 거치는 30대 이후 급격히 하락하는 경력단절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자녀가 성장한 이후인 40대 들어서 고용률이 다시 증가하지만 이는 생계형 하향 재취업의 결과로 보인다.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는 여성 당사자의 일을 통한 자아성장과 역량 개발, 경제적 측면에서의 ‘기회비용 및 소득 단절’ 등 개인적 측면의 손실과 부담으로만 그치지 않는다. 사회적 비용과 인력 손실, 저출산 초고령화 불균형 사회 촉발 등 심각한 사회 문제를 야기한다.
최근 한국노동연구원 발표자료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여성고용률이 높을수록 출산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여성 고용률과 출산율 국제비교’에서 우리나라는 출산율과 고용률 모두 낮은 국가에 속해 있어 스페인, 이탈리아와 유사하게 나타난다. 2012년 우리의 출산율은 OECD 평균 1.71명보다 낮은 1.3명에 그쳤고, 2013년엔 1.2명으로 더욱 낮아졌다. 여성고용률은 61.2%였다. 출산율이 높은 노르웨이(82.1%), 스웨덴(82.5%), 네덜란드(78.9%), 덴마크(79.1%), 영국(74.3%), 프랑스(76%), 미국(69.2%) 등은 우리보다 무려 10~20% 가까이 여성 고용률이 높다. 심각한 사회문제인 ‘저출산, 초고령화 사회’를 뛰어 넘을 수 있는 ‘솔깃한 솔루션’의 일단이 발견되는 대목이다. 여성들이 많이 일하는 사회일수록, 출산률도 국가경쟁력도 높다는 함수관계가 성립하는 듯 눈길을 끈다.
우리나라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은 2013년 기준 50.2%로 OECD 평균 57.2%와 비교해 크게 낮지 않다. 그러나 연령대별로는 25~29세가 71.8%, 30~34세에는 58.4%, 35~39세는 55.5%로 대폭 감소해 여성의 경력단절 현상이 심각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여성의 경력단절은 자칫 ‘여성들만의’ ‘그녀들의’ 문제로 착각하기 쉽다. 그녀들은 결코 유리된 진공 속에 존재하지 않는다. 거미줄처럼 연결된 사회 전체의 총체적 문제로,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는 단순한 ‘그녀들의 문제’를 넘어, 모두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해결해야 할 ‘우리들의 공동 숙제’로 남게 된다.
그녀들을 돕겠다고 정부가, 여성계가, 산업계가, 노동계가 나섰다.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 시간 선택제 일자리 등 다양한 정책이 제시되고 있다. ‘돌아오라 엄마들이여, 맞춤형 일자리로!’ 라는 슬로건 하에 ‘리턴십’ 교육 확대 등 경력단절 여성 재취업 위한 생애주기별 서비스 등 다각도의 맞춤형 여성인력 정책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현실적으로 그야말로 ‘화끈한 도움을 받기’에는 여전히 역부족이다. 힘겹다. 어떻게 집단지를 모을 것인가? 언제까지나 문제만 지적하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그녀들이 다시 일터로 돌아오는, ‘위풍당당 위킹맘’으로의 귀환이 결코 녹록치 않다. 그녀들의 간절한 ‘새로운 일터’를 향한 길에 나침반과 단단히 동여 맨 지팡이 한 자루쯤 서둘러 놓아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녀들 구하기’ 지원함대라도 보내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아직 우리에겐 ‘그럼에도’라는 ‘희망의 섬’이 남아 있다. ‘경단녀’들이 그 섬을 건너보겠다고 나섰다. ‘무소의 뿔처럼 당당하게’ 나가라고 힘찬 박수를 끝없이 쳐주고 싶다. 그녀들의 두 번째 일터를 향한 날갯짓이 좀 더 가볍기를 좀 더 힘차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