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담뱃세를 인상하겠다고 발표한 지 하루가 멀다하고 각종 세금의 인상안이 발표되고 있다. 자동차세의 100~200% 단계적 인상과 각종 지방세 인상 계획이 그것이다. 지난 12일 안전행정부가 발표한 지방세 개편방향에는 주민세와 자동차세 등 지방세를 2~3년에 걸쳐 현행보다 2배로 올리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1만원 이내에서 걷도록 돼 있는 주민세를 2년에 걸쳐 ‘1만원 이상 2만원’ 이내로 높이고 영업용 승용차와 버스 등에 부과되는 자동차세는 2017년까지 지금의 2배로 올린다.
지난 대선에서 국민들에게 세금부담을 늘리지 않고 공짜로 복지를 해줄 것처럼 공약했었지만 이게 다 空約(공약)이 되는 셈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증세는 없다’고 여러 차례 말했지만 무상보육 무상급식 노령연금 등의 부담으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아우성치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고육지책은 불가피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차라리 국민들에게 솔직하게 현재 실정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했어야 했다. 국민들을 기만하는 우회적인 방법으로의 세금인상은 자칫하면 조세저항을 불러올 상황이다.
이번 주민세와 자동차세 인상 등은 사실상 손쉬운 증세를 통해 서민들에게 세금 폭탄을 퍼부은 것이나 다름없다. 부자감세는 철회하지 않으면서 서민들에게 증세를 전가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잘못된 일이다. 오히려 부자감세를 철회하면 올해 7조원, 향후 5년 동안 연평균 10조원의 민생·복지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한다. 지난 5년간 이명박 정부의 부자감세 정책으로 가장 큰 수혜를 입은 경제 주체는 재벌 대기업이다. 그러면서도 생활필수품이 된 지 오래인 자동차에 세금폭탄을 매기고, 서민들의 기호품인 담배에도 각종 세금을 두 배 가까이 때리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생각해볼 일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 10대그룹 상장계열사의 잉여금은 477조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72조원이나 늘었다. 유보율도 1천668%로 늘어 자본금의 17배에 가까운 천문학적인 돈을 쌓아놓고 있다. 그런데도 돈은 물지 않아 서민경제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2008년 미국에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 조지 소로스, 빌 게이츠, 워렌 버핏 등 이른바 슈퍼 리치들은 “세금을 올려달라”며 청원까지 해서 위기극복의 물꼬를 텄다.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일이다. 증세는 서민에게 부담을 지우기보다는 돈을 많이 버는 재벌과 부자들의 감세혜택을 철회하는 게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