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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구칼럼]대한민국의 특이한 선량들

 

뉴스는 말할 것도 없고, 시청률이 30%를 넘어서고 있다는 연속극을 봐도 별로 신통하지 않아 소파에 가장 편한 자세로 기댄 채 채널을 이리저리 돌려보다가 티브이 전원을 끄면 피곤한 심신이 좀 더 나아질까? 결국 다시 뉴스로 돌아오고 만다.

여당, 야당이 세월호로 다툴 때 추기경께서 세월호 유가족도 조금은 양보해야한다는 말씀에 수많은 비난의 글들이 매달렸다. 추기경께서 오죽하면 그런 말씀을 하셨을까 싶다. 그러나 사회적 공인으로 책임이 있는 사람이 뭔가를 언급할 때는 지극히 조심해야만 한다.

이것은 필자의 경험이기도 하지만,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도 그렇다. 개인의 발언과 공인으로서의 발언의 경계가 모호한 것도 있으나 가끔 개인명의라고 하면서 말하지만 사실은 공공의 발언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거꾸로 공인으로서 언급하고는 불리해지면 개인발언이라고 둘러대는 사람들도 있다.

책임을 묻기에는 애매한 경계가 분명히 있다. 단체든 개인이든 이것을 교묘히 이용하는 것은 정치적 행위이다. 순박하거나 순진한 사람은 계산 없이 말하다가 그 말로 인해 인신까지 공격당하기 십상이다. 특히 대한민국은 헌법에 언론의 자유가 보장된 나라이지만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사항들이 많아서 누구나 사사로이 말하는 것조차 지극히 조심하지 않으면 트위터에서든 페이스 북에서든 어떤 봉변을 당할지 모른다.

인터넷에 한 번 올라온 글자는 웬만큼 세월이 지나지 않고서는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다. 공격과 비난도 언론의 자유영역이라면 이조차 감수해야 한다. 말 한마디 할 때 마다 흠 잡히거나 공격당하지 않을지 초긴장 상태에서 논문 심사받듯이 해야만 한다. 어렵고 피곤한 대한민국이다. 그동안 모든 국민의 정치의식과 올곧은 역사의식이 높아져서인지, 아니면 과거 군사독재에서 국민들이 정의로움에 투철해 진 것 때문인지 알 수 없지만 뉴스를 접할 때마다 국민들은 정부와 여당이 적절하지 못하고 불의하기 때문에 대립한다는 형국이다. 그런데도 선거에서 여당이 승리하는 것은 또 무슨 이유인가? 그렇다면 국민들 중에서 소수만 정의로워서 이들이 정부와 대립하는 것일까?

정치 분석가들이 세월호 사태에도 불구하고 선거에서 여당이 승리한 이유에 대해 토론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대체로 선량들의 주장은 당장 시급한 국민 민생고에 대해서는 무심했기 때문이라는 것인데, 그렇다면 여당 선량들은 민생고에 관심을 갖고 이를 위해 헌신했다는 것인가? 투표한 연령층에 문제가 있다는 것인가? 아니면 야당 선량들이 세월호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인가?

혹 국가에 어떤 불행한 사태가 있을지라도 기존 지배층에 혼란이 오면 나라가 더 어려워 질 것이라는 노파심 때문인가? 국가에 불행한 사태가 발생하고 바로 선거가 시작되면 상식적으로 볼 때 그 불행한 사태가 투표에 영향을 주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이 번 선거에서는 예측할 수 없었던 특이한 이변이 발생한 것이다. 국민들은 또 다시 불행한 사태는 불행한 사태고, 정치는 정치로 구분 짓는 모양 같다.

그렇다면 성장했다고 하는 국민의 정치의식과 올곧은 역사의식, 정의로움에 대해서도 의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지금도 광화문에서는 피우지 못한 꽃잎을 바다 심연에 흩뿌린 부모들이 처절한 호소를 하고 있다. 여기에 무슨 정치공방이 필요한가? 사고 원인을 밝혀달라는 것인데도 이를 외면하는 나라에 살면서 애국가를 부를 때 마다 애국심보다 분노가 치미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대한민국은 몇 가지 점에서는 여전히 미개국이다.

도대체 앞으로 몇 세대가 바뀌어야 괜찮은 나라가 될 수 있는 것일까? 경제가 발전하는 만큼 안전사고도 줄어야 마땅하며 정치의식도 성숙해지는 것이 당연하다. 책임지려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비난하고 대립하는 소리만 커지는 것이다. 선량들이 이를 모를 리가 없다. 알면서도 책임은 지고 싶지 않고 권한만 행사하고 싶은 것이다. 세상에 둘도 없는 대한민국의 특이한 선량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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