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이 넘쳐나기 전부터도 인류는 “인간은 무엇을 위해 사는가?” 때문에 고민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지금도 이런 문제는 우리에게 있어서 본질적인 물음이다. 해서 과거부터 그 명제를 고민하고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답을 찾는 노력중엔 배움을 항상 으뜸으로 쳤다. 그중에서도 인문학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다. 한마디로 정의 할 순 없지만 인문학은 인간의 가치탐구와 표현활동을 대상으로 하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객관적인 현상을 다루는 자연과학을 제외한 광범위한 학문영역이 여기에 포함된다. 주로 인간과 관련된 근원적인 문제나 사상, 문화 등이 포함되어있어 더욱 그렇다.
인문학은 철학사상이 발달했던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까지 올라갈 수 있다. 인문학은 서양 중세 시대에 주요한 교육과목이었으며, 르네상스 시대를 거치면서 역사 등이 주요 영역으로 추가됐다. 미국 국회법은 언어를 비롯, 문학,역사, 법률, 철학, 고고학, 예술사, 비평, 예술의 이론과 실천, 그리고 인간을 내용으로 하는 학문을 인문학에 포함시키고 있다.
인문학 명저들을 읽는 것만으로도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탐욕을 절제할 줄 아는 성숙한 시민을 길러내는데 유효하다고 한다. 또 지식기반사회의 필수도구인 창조성을 키우는 데도 필수 라고 한다.
미국 시카고대학은 이를 실천, 명문사학으로 키운 대표적인 학교다.
1929년 시카고대 로버트 허친스 총장은 인류의 위대한 유산인 인문 고전 100권을 달달 외울 정도로 읽어야 졸업시키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른 바 ‘시카고 플랜’이다. 그 결과 지금까지 89명의 노벨상수상자를 배출시켰다.
우리나라는 과거 ‘학문의 왕’으로 군림했던 철학을 비롯한 언어 문학 예술 역사 법률 고고학 등 인문학이 과학기술 발전의 속도를 따르지 못해 외면당한지 오래됐다. 대학 자체내에서도 인문학 위기론이 팽배해 있을정도다.
2005년부터 추진중인 ‘인문학 발전 5개년 종합계획’이라는 국가 차원의 대책도 허사다. 기초인문과학이 쇠하면 대학과 사회가 병들고 과학기술의 발전도 기대할 수 없는데도 말이다..
최근 이런 인문학이 중년들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가을을 맞아 주민자치센터 강좌도 다양하게 개설되고 있다. 거기에 ‘나만의 행복’을 찾는 중년들이 몰리고 있다고 하니 불행중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정준성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