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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쥐를 잡자

 

갑자기 오는 통증은 아무리 조심을 하려고 해도 어느새 비명이 어금니를 빠져나간다. 그 바람에 세상모르고 자는 남편까지 잠을 설치곤 한다. 이상하게 한밤중에 다리에 쥐가 잘 나는 나는 손가락에도 경련이 오기 일쑤다. 어른들 말씀으로 자가바람이라고 하는데 그냥 아픈 곳을 주무르며 진정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한 번은 식구들이 모인 날 식사를 하고 과일을 깎다 말고 갑자기 손가락을 주무르게 되었다. 그렇지 않아도 고만고만한 사촌들 틈에서 빨리 한 쪽 먹고 싶어 바짝 붙어 앉은 어린 조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쥐가 나서 손이 아프다는 말에 갑자기 쥐를 잡겠다고 파리채를 들고 덤빈다. 식구들이 웃으며 말리자 이번에는 살충제를 들고 쫓아온다. 그런 꼬맹이가 벌써 대학을 다니고 있으니 강산이 변하고도 남을 세월이지만 나는 아직도 쥐를 잡지 못하고 달고 산다.

하도 답답해 여기저기 묻기도 하고 검색을 해보니 쥐가 나는 것으로 알고 있는 경련은 의학 용어로 수분 경직이라고 하는데 근육에 무리가 갔을 때 일어나며 갑작스런 운동을 하면 몸에서 수분과 전해질이 배출되고 그로 인한 불균형이 원인이 된다고 한다. 그렇지만 일상 생활중에 오는 경련이나 자다가 말고 생기는 사태에 대비에 잠자기 전에 준비운동은 또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남한테 묻기조차 창피한 노릇이다.

몇 가지 요인을 알아내기는 했으나 뾰족한 수는 없이 그냥 그때그때 대응을 하고 사는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수술을 할 것도 아니고 죽을병을 더더욱 아니기에 정답지 않은 동행을 하기로 작심했다.

오늘도 연휴 끝날이기도 하고 어머님 생신을 미리 앞당겨 하기로 형제들 간에 약속이 되어 다 모이는 날인데 어젯밤부터 등이 심하게 아프다. 식사를 하다가 옆에 있던 남편이 냅킨 한 장만 달라고 해서 팔을 뻗는 순간 꼼짝을 못하고 마치 그대로 멈춰라 게임을 할 때처럼 한참을 그대로 있었다. 억지로 방으로 들어왔으나 앉지도 못하고 눕지도 못하고 걸음을 옮길 때마다 비명이 쏟아졌다.

게다가 휴일이라 동네 병원들이 문을 닫고, 휴진이라 먼 곳에 있는 병원까지 가면서 흔들릴 때마다 이를 악물었다. 더구나 시집 식구들 모이는 날에 아프다고 하면 좋아할 사람 아무도 없을 테니 그게 더 신경이 쓰인다.

그러나 일은 엉뚱한 방향으로 흐른다. 시월드보다 친정 동생이 왔다. 병원은 다녀왔으나 신통치 않아 애써 태연한 척 하려 해도 어설픈 연기는 들통이 나고 동생은 벌써 울컥해서 커피잔을 들고 연신 밖을 내다보며 상한 마음을 달랜다.

바쁘게 살며 자주 오지는 못하지만 친정 부모님 성묫길에 빠지지 않고 들르는 동생이 모처럼 쉬는 틈을 타 친한 사람들과 어울려 바람 쐬러 온 노릇이 이런 모습을 보이고 말았다.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어째서 시월드는 신경 거슬려 할까봐 걱정이고 친정붙이는 변변치 못한 누나 사는 모습에 속으로 울먹여야 하는지...

이제는 그 쥐란 놈과 결별을 하고 싶은데 이만큼 발전한 세상에도 쥐를 잡을 방법은 못 찾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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