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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운실칼럼]대한민국은 목하 ‘고전’ 중

 

오늘 아침 출근길, 몇 차례인가 신호등을 기다리며 길거리에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표정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대부분 활기라고는 찾아보기 어려운 무표정이거나 아니면 지칠대로 지친 무기력한 표정이 역력해 보였다. 왜 그럴까? 그 누구에게도 당신 지금 행복하세요? 사는 게 신나고, 살만하다, 꽤나 괜찮다 싶으세요? 라고 묻는다면 당연 머리를 설레설레 흔들 것만 같은 그런 표정들이었다.

신문을 열심히 뒤져봐도, TV 뉴스 레드라인을 들어봐도 신나는 기사, 감동적인 밝은 뉴스거리는 찾아보기 어려운 현실, 하루가 멀다하고 대형사고가 펑펑 터지는 세상, 어이없을 정도로 답답하고 어두운 ‘블랙 뉴스’들이 넘쳐나는 그런 세상에서 ‘행복’을 논한다는 것 자체가 현실과 너무 거리가 먼 어불성설은 아닐까?

‘세계 웰빙지수’ 135개국 중 한국 75위…86% ‘고전 중·고통 받는 중’ 이라는 최근의 언론 보도를 접하면서 가히 기적을 일군 경제대국, 글로벌 디지털강국 코리아의 자부심이 여지없이 무너져 내리는 충격을 받았다. 미국 갤럽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세계 135개국을 대상으로 인생 목표, 사회관계, 경제 상황, 공동체의 안전·자부심, 건강 등 5개 항목에서 삶의 질 이른바 ‘웰빙 지수’를 조사한 결과 우리 국민이 느끼는 삶의 질 만족도는 75위로 아시아 최하위권 개도국 수준이었다. 이라크(15%, 73위)와 인도(15%·71위) 보다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15%, 64위), 대만(18%, 55위), 태국(22%, 44위), 필리핀(24%, 40위), 말레이시아(24%, 36위)보다도 낮았다.

삶의 질 만족도를 ‘번영 중’, ‘고전 중’, ‘고통 받는 중’ 가운데 하나를 택하도록 한 결과, 우리 국민 대다수는 삶의 목표 실현에서 고전 중(46%) 또는 고통 받는 중(40%)이라는 응답을 하고 있었다. 3개 항목 이상에서 ‘삶의 질 만족도’를 ‘번영 중’으로 응답한 사람은 14%에 불과했다. 10명 중 14명 정도만이 삶의 질에 대해 만족하고 있고, 86명은 ‘살기 힘들다’고 함으로써 고통 속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아시아 이웃 나라들에 비해서도 우리 국민의 삶의 질 체감지수는 상대적으로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난다. 특히나 공동체 안전·자부심과 건강 항목에서 ‘고전 중’이라는 답이 63%, 65%로 매우 높다.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불행과 고통의 대목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경제적 만족도에 있어서는 번영 중이라는 답이 37%로 비교적 높아, 경제적 삶의 질과 사회적 심리적 인간적 측면의 삶의 질 간에 차이가 큼을 보여준다. 결코 행복하지 않은 대한민국의 슬픈 자화상이다.

우리는 예로부터 낙천적인 풍류의 멋을 즐길 줄 아는 신명나는 그런 민족이었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이상 ‘경제적으로만’ 잘 사는 그런 대한민국이 아니다. 웃음을 잃은 사회에서, 도처에 웃음이 배어나는 활기 찬 사회로, 어깨가 축 처진 무표정한 사회에서, 모든 이들이 펄떡이는 물고기처럼 신나서 일하고 움직일 수 있는 사회로, 모두가 서로 서로를 불신하고 불만이 팽배한 어두운 사회에서, 서로 서로 믿고 힘을 실어 주는 밝고 희망찬 그런 행복 사회로 성장해 나가야 한다.

대한민국이 불행한 나라, 삶의 질이 낮은 살기 힘든 나라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길 바란다. 다음 갤럽 조사에서는 혹 대한민국 국민들이 모두 모두 ‘살만한 세상’이라고, ‘돈은 별로 없지만 꽤나 행복하다’ 는 답이 넘쳐 나길 기대해 본다.

내일은 희망이었으면 한다. 길거리를 걷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조금은 더 가볍고 ‘행복’했으면, ‘행복이 오지 않으면 만나러 갈 수 있는 삶의 향기와 여유로움이 배어 날 수 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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