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낙네가 잉태하면 결코 거꾸로 자지 않고, 모퉁이에 앉지 않고, 귀로는 음란한 말을 듣지 않고, 눈으로는 사악한 것을 보지 않으며’ 조선 영조때 여성 실학자 빙허각(憑虛閣) 이씨(李氏가 지은 규합총서 ‘청낭결(靑囊訣)’에 나오는 말이다. ‘무릇 임산부는 옷을 너무 덥게 입지 말고, 밥을 너무 배부르게 먹지 말고, 술을 너무 취하게 마시지 말고, 망령되게 약을 쓰지 말고, 지나치게 성을 내지 말고, 때때로 거닐어라’는 내용도 있다. 임산부의 금기사항에 대해 각별한 주의를 당부한 기록으로 현대에도 유효하다.
태교에 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고려 말 정몽주(鄭夢周)의 어머니 이씨(李氏)가 남긴 ‘태중훈문(胎中訓文)’이다 이씨는 이글에서 ‘선현들의 지나간 행적을 더듬고 그에 관한 책을 읽으며 나도 그와 같은 위인을 낳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보통 인간이 행하기 힘든 행동을 해야 한다’고 적고 있다.
아버지의 태교를 강조한 지침서도 있다. 1801년 편찬된 ‘태교신기(胎敎新記)’가 그것이다. ‘잉태 시 부친의 청결한 마음가짐은 모친의 열 달 못지않게 중요하다…헛된 욕망이나 요망하고 간악한 기운이 몸에 붙지 않게 하는 것이 자식을 가진 부친의 도리다. 고로 아기가 똑똑하지 못한 것은 부친의 탓이다’라고 적혀 있다.
허준(許浚)도 ‘동의보감’에서 ‘장차 태어날 아이의 성품은 물론, 한 가정의 길흉화복조차 아버지의 마음가짐에 좌우된다’고 말했다. 가부장적 조선시대에 태교를 여자만이 아닌 부부가 함께 하는 것이라고 한 점이 이색적이다.
태교(胎敎)가 중요한 만큼 이처럼 조심해야 하는 것도 많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말대로 하기가 쉽지 않다. 임산부의 마음이 태아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는 것은 알지만 당장 임신에 따른 자신들의 변화에 더 민감해지기 쉬운 탓이다. 입덧은 괴롭고 몸은 피곤하고 직장인의 경우 주위의 눈길도 부담스러워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보다 더 임산부를 괴롭히는건 아이 낳고 키우는 일에 대한 불안감이다. 물론 양육조건이 열악한 사회구조 때문이다. 덩달아 출산율도 세계 최저다.
따라서 지금으로선 직장 및 사회구조 개선이 그 어느때보다 시급하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에 사회 구성원 모두의 관심과 배려도 더 많아져야 한다. 정서적 신체적으로 건강한 아기는 가족은 물론 사회 전체의 축복이며 임산부에 대한 주변의 배려가 필요한 이유다. 마침 오늘이 임산부의 날이다.
/정준성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