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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초보운전 ‘스티커’

오래전부터 초보운전의 차량에는 대부분 ‘초보운전’ ‘왕초보’ ‘서툴러 죄송합니다.’ ‘양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등의 스티커를 붙이고 다녔다. 미숙한 운전 때문에 다른 운전자에게 불편을 끼친다는 미안한 마음의 표현이다. 이런 글을 본 다른 차량 운전자들은 자신의 초보운전 때를 떠올리며 조심운전과 양보운전을 했다.

요즘은 이런 문구가 매우 다양해졌다. ‘R아서 P해요’ ‘앞 뒤 전혀 안 봄’ ‘3시간째 직진 중’ ‘왕초보, 밥하고 나왔어요‘ 등의 센스있는 문구도 많다. 그런가 하면 ’할아버지가 운전하고 있습니다. 삼천리 금수강산 무엇이 급하리’ ‘당황하면 후진해요’‘남편과 아기가 타고 있어요’ 등 재치를 동반한 주의문구도 있다.

하지만 애교섞인 익살스런 표현과 대조적인 문구들도 많다. ‘실력은 초보, 건들면 불꽃’ ’우리남편 화나면 개 됩니다’ ‘까칠한 아이가 타고 있어요.’ 심지어 ‘짐승이 타고있다‘거나 ‘먼저 가, 난 이미 틀렸어’라는 반말조도 있다. 이같은 문구는 미안한 마음을 담기보다는 지나친 당당함이 배어있어 가끔 불쾌감을 유발시키기도 한다. 특히 초보임을 알리는 스티커를 붙였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운전은 난폭과 법규위반을 일삼는 경우가 있을땐 더욱 그렇다. 사회학자들은 이를 두고 주변 사람들이 느낄 기분이나 영향을 전혀 고려치 않은 채 자기 위주로만 생각하는 요즘 젊은이들의 생활방식이 스티커에 고스란이 배어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초보운전스티커에 대한 정확한 규정이 없다. 한때 경찰은 정해진 규격의 초보스티커를 붙이지 않으면 범칙금까지 부과했지만, 이 조항은 지난 1999년 폐지됐다. 일본의 초보운전자들은 자신이 초보임을 알리는 ‘초심운전자표지(初心運?者標識)’라는 것을 부착해야 한다. 왼쪽 반은 노란색, 오른쪽 반은 초록색을 한 화살모양 표지인데 마치 어린잎과 같은 모양이라 일명 ‘어린잎(若葉) 마크’라고도 불린다. 도로교통법상, 면허취득 1년이 지나지 않은 자는 반드시 이것을 차량 앞뒤 잘 보이는 위치에 게시할 의무가 있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미치겠지요? 저는 환장합니다’와 같은 기발한 문구는 볼 수 없다.

개성이 지나쳐 무슨 의미인지 알기 어렵거나 너무 크기가 커 시야를 가리는 등 오히려 안전에 위협을 주는 초보운전스티커. 이런 초보운전 표시는 운전 실력이 미숙하다는 걸 알릴 유일한 방법인 만큼 제도 정비가 필요한 것은 아닌지.

/정준성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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