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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새벽 집 뒷산을 오르며 그 날의 일정과 날씨, 몸 상태에 따라 목적지와 등산코스(동선)를 정한다. 등산화를 신으면서 정하지만 사실 가는 도중에도 몇 차례 목적지와 그 코스가 변경되는 것이 다반사이다.

교과과정에 비유한다면 자기 주도형 학습설계와 유사하지만 매번 변경되는 것이 문제다. 한 번도 걸어 본 적이 없는 길부터 시작해서 알 수 없는 길까지 포함하면 아무리 작은 산이라고 할지라도 정상에 오르는 코스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목적지는 꼭 정상일 필요는 없다. 그날의 몸 상태와 기분에 따라 정하게 되는 목적지와 코스는 대체로 많이 다녀본 길을 택하게 된다.

그러나 출발 전에 대충 정한 목적지를 향해 가다가 느닷없이 중도에 하산하는 경우는 대체로 자신의 의지박약에서 기인한다.

갑자기 등산이 귀찮아져서 하산할 때는 출발할 때와 다르게 지름길을 찾는다.

휴일 등산은 그래도 여유로워 지름길을 두고 먼 둘레길을 선택한다. 지름길은 대체로 일반 등산로보다는 길이 험하다. 더 짧은 지름길을 만들려면 낫을 들고 풀숲을 잘라가며 길을 내고 수십차례 사용을 해야 길 모양새가 나온다. 여름엔 한 순간에 풀이 길을 덮어 전에 만들었던 길을 분간하기 어렵다. 그러나 일반 등산로는 가파른 구역도 있지만 대체로 무난하다.

인생을 뒤돌아보면 몇 살 즈음에 삶에 목표를 정했을까. 어릴 적엔 대개 어떤 직업을 택해 어느 위치까지 오를 것인지가 인생의 목표점이 된다. 판사가 되고 싶어 하는 중고등 학생은 로스쿨을 가서 대법원장이 될 꿈을 꾼다고 하자. 그러나 이런 학생들이 모두 로스쿨에 진학하는 것은 아니다.

학업성적과 성장하면서 변화하거나 늦게 찾게 된 자신의 특기와 취향, 그리고 직업을 통해 사회와 이웃에 대한 헌신의 보람, 급여 등등의 이유로 중도에 꿈을 접고 변경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법관이란 직업을 원하는 학생들만 이런 것이 아니다. 열심히 공부하여 일차 등반 목표점인 판사직까지는 올라왔으나 자의 반 타의 반, 그리고 자신의 다른 욕망이 판사직을 접고 정치의 길로 나서게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정치인이 되어 그 세계에서 살아남아 더 큰 욕망으로 대통령에 도전한다. 일차 목표점은 판사였고 여기까지 오르는 코스에는 시간을 단축할 검정고시 외에는 별다른 지름길이 없다. 그러나 판사로 등반을 한 후 자신이 원하는 지역에로의 발령과 승진에는 100% 일반 등산로와 같지는 않을 것이다.

모든 직업에 실력으로만 하는 선의의 공정한 경쟁만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순환발령일지라도 운과 학연과 출신지역, 인맥이 작용할 것이며 이를 토대로 삼아 더 빨리 다음 목표점에 도달하기 위해 지름길을 선택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 지름길은 대단히 위험하며 대체로 정당한 길이 아닌 경우가 많다. 이런 것까지 포함하여 실력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빚을 내어 부도내고 도망가서 안 잡히는 것도 실력이라고 여기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이차 목표점에 올라온 사람은 그 맛과 방법을 터득했기 때문에 그 다음 목표점을 향해 더 험하고 짜릿한 지름길을 만들어 간다.

이 길을 내는데 당연히 유혹하고 도움을 주는 측근들이 있다. 이런 지름길을 통해 정상에 오른 사람들은 일반 등산로를 통해 감격하는 주변 풍광을 보지 못하고 덤불숲에 저 혼자만이 갈 수 있는 좁은 길을 내느라 덤불 밖에 보지 못한다. 주변의 아름다운 풍광을 보존하기 위해 길을 보존하고 가꾸지만 지름길을 내려는 사람은 주변 덤불과 나무는 모조리 잘라내야만 할 장애물일 뿐이다. 이렇게 출세한 사람에게 책임감을 운운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재수 좋으면 안 걸리고 걸려도 빠져 나올 구멍과 인맥을 총 동원한다. 이것이 실력이라고 신앙하기 때문이다.

세월호, 판교 환풍기 등 무엇 하나 자신의 책임이라고 나서는 이 하나 없는 실력자들만이 있는 대한민국이다. 이들은 평생 지름길만 내왔던 사람들이다. 세월호 사태 해결 촉구를 위해 팽목항에서 중도에 변경함도 없이 20여일을 도보로 지름길조차 모르고 대로를 행진해 광화문에 도착한 이들이 있다. 참 실력이 없고 멍청한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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