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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세 여인

 

이른 아침 세 여인이 만났다. 물론 약속이 있었던 것은 아니니 만났다기보다 마주하게 되었다가 맞는 표현이다. 모두들 단풍처럼 밝은 빛깔의 옷을 입고 새벽길을 걷는다.

윤달이라고 뜸하던 청첩장 이야기가 급기야 혼사로 이어진다.

수시로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여인은 남편에게 손녀를 맡기고 와서 신경이 쓰인다고 한다. 지난해 아들 결혼을 시키면서 돈의 위력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한다. 며느릿감도 어릴 적부터 보아온 처지라 별 어려움 없이 혼사를 치르게 되리라 생각했던 것이 크나큰 실수였다. 아들과는 고등학교 때부터 친하게 지내던 아이라 둘이 사귀는 사실을 까맣게 몰랐다.

갑자기 아기를 가졌다는 말과 함께 결혼을 서둘러 달라는 얘기에 눈앞이 캄캄했다. 휴학을 하고 입대를 해서 부사관에 지원을 했다. 다른 아르바이트보다 군생활 몇 년을 하면 목돈을 만들어 학자금 걱정 없이 공부할 수 있다고 했었다. 어찌 되었거나 미룰 수도 없는 일이라 될수록 빠른 날에 간소하게 식을 올리자고 하려던 것이 상견례자리에서 신부 어머니의 말과 태도에 할 말을 잃었다.

지금이라도 마음 모질게 먹으면 당신 아들 신세 망칠 판인데 우리가 구제해 주니 감지덕지하게 생각하라는 말은 두고두고 가슴을 후볐다.

장모의 어긋난 욕심으로 걱정 속에 치른 한 시간짜리 봉황새 놀이는 신랑신부에게 커다란 후유증을 남겼다. 갓난아기를 거동도 불편한 할아버지에게 맡기고 마트 아르바이트를 나가고 있다.

두 딸을 혼자 키우느라 참 힘들게 버티고 살았다. 눈물도 사치였다. 다행이 딸들이 엄마 생각을 해서였는지 공부도 열심히 하고 아르바이트도 해서 엄마에게 손을 벌리지 않고 대학 졸업을 했다. 특히 맏딸은 재산 밑천이라고 졸업도 하기 전에 취업이 되어 착실하게 월급통장을 손대지 않고 엄마에게 맡기고 비싼 옷 한 벌 사지 않았다. 그 덕에 조그만 평수라도 아파트를 사게 되었다.

작은 딸도 교대를 졸업하면 바로 발령을 받는 것으로 믿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남자친구를 데리고 왔다.

첫 눈에도 훤칠한 키에 반듯한 이목구비가 호감이 가는 젊은이였다. 알고 보니 직업도 좋은데다 집안도 부유층에 속하는 무엇 하나 빠질 데라곤 없는 사람이었다. 아니 넘치는 상대라 남자 집에서 반대를 하면 딸이 받을 상처가 걱정되었다.

하지만 걱정은 다른 곳에 있었다. 예비 사위가 어떻게 허락을 받았는지 결혼 날짜가 잡히고 모든 일은 사돈댁에서 알아서 하게 되었다. 결혼식 비용만 일억 원이 넘는다는 유명한 곳에서 하기로 결정 되었다.

신부는 육개월 전부터 관리를 받고 안사돈이 하는 대로 진행되었다. 심지어 티스푼 하나도 골라보지 못하고 딸을 보내게 되었다. 모르는 사람은 복 많은 사람이라 돈 한 푼 안 들이고 딸 치운다고 하지만 마음에는 도둑이 들어 한 바탕 뒤지고 나간 느낌이라며 한숨을 쉬는 얼굴은 마른 풀보다 허전해 보였다.

아들의 목소리는 여인을 설레게 했다. 얼굴은 예쁜지, 마음씨는 착한지 상상을 하면서 처음 남편을 따라 시댁에 인사를 드리러 갈 때처럼 가슴이 두근거렸다.

장도 보고 집안 청소에 머리 손질도 해야 하니 서둘러야 한다고 하자 두 여인은 동시에 알 수 없는 미소를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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