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나라엔 임대차보호법이 있다. 이는 약자인 임차인의 주거안정을 권리로 보호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즉, 임대인에 대해 사회적 통념에 맞는 권리 조건을 규정하는 동시에 임차인에 대해선 주거권에 기초한 대항력을 보장해주는 게 임대차 보호의 핵심이다.
이를 위해 서구 선진국들은 임대등록, 임대료과세, 적정임대료, 임대료인상통제, 계약갱신청구, 임대료분쟁조정 등을 법률적으로 정해 놓고 있다. 선진적 제도 하에서는 임대차 관계가 안정적이고 예측가능하다.
우리의 전세제도는 이러한 임대차관계에 의해 뒷받침 되지 않고 있다. 안정적인 임대차관계를 규율하는 법적 틀 내에서 전세제도가 운용된다면 전세임대료의 증감은 예측가능하고 전세주택도 안정되게 공급될 수 있다.
반복되는 전세난의 근원적 해결은 전세제도의 선진화가 유일한 답이라는 뜻이다. 선진화 방안 중에서도 전세금 상한제의 도입이 시급하다. 공급문제는 장기적으로 풀어야한다면 전세금 상승은 상한제로 풀어야 할 현안이다.
상한제에는 전세금액의 인상규모를 제한하는 것과 인상률의 폭을 제한하는 두 가지 방안이 있는데, 정치권은 후자를 도입하고자 한다. 이는 최초 계약 때가 아니라 계약을 갱신할 때 적용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상한제는 임대시장을 교란시키는 임대인의 권리 남용을 막는 동시에, 주거안정을 위해 임차인의 대항력을 강화시켜주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상한제에 대한 반발이 크다. 재산권 행사를 제약하는 만큼 위헌적이고 반시장적이며 실질적 효과도 미지수라는 게 반발의 핵심이다. 하지만 이는 임대차관계에 대한 이해의 부족과 후진적 전세제도로부터 기득권을 지키려는 입장을 내밀히 반영하고 있다.
상한제는 재산권 행사 자체를 제한하는 것 아니라 재산의 운용에서 발생한 이익금의 실현규모를 공공복리 차원에서 규율하는 것이다.
민법 제211조는 ‘소유자는 법률의 범위 내에서 그 소유물을 사용·수익·처분할 권리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민법 312조 시행규정과 임대차보호법 시행령 제2조는 ‘약정한 차임 등의 20분1 금액을 초과하지 못한다’고 정하고 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시행령 제2조의2는 전세를 월세로 전환할 경우 ‘연 1할4푼을 넘지 못한다’라고까지 적시하고 있다. 상한제는 이 규정들을 계약갱신에 확대 적용하는 것이어서 새로운 입법이라 할 수 없다. 영국, 프랑스, 독일, 미국 등 주요 선진국들은 임대료 상한제를 보편적 입법으로 오래전부터 제도화해 놓고 있다.
상한제가 시장원리와 맞지 않다는 주장은 시장맹신주의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런 주장에 앞서 현행의 전세제도가 시장원리에 맞는지를 먼저 자문해야 봐야 한다. 전세관행에 대해선 투명한 시장의 원칙이나 경제적 거래에 대한 법률적 규율이 따르지 않고 있다. 가령, 전세임대차는 법적으로 등록되지 않고, 전세소득에 대해 정상 과세가 되지 않으며, 임대료는 시장 이자율과 같은 사회적 적정수준을 반영하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임대인의 권리는 임차인이 대항력을 갖지 않는 상태, 즉 불평등한 권리관계에서 일방적으로 행사된다.
이는 공정한 시장경쟁 하에서 이루어지는 거래방식과 다른 것이다. 전세임대차는 이렇듯 관리되지 않는 시장에 방치되어 있다. 상한제는 이런 점에서 전세시장에 시장경쟁의 규칙을 회복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상한제 도입으로 가격인하의 일시적 효과만 있을 뿐이라는 주장 또한 논거가 불충분하다. 이를 주장하는 측은 대개 공급확대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전세용 주택이 공급되지 않는 현실에서 공급확대 주장은 공급주의 환상일 뿐이다. 한편 장기적 효과가 없다고 제시하는 논거들은 ‘이중 계약’, ‘전세물량 철회’, ‘전세가 상승’, ‘전셋집 부족’ 등인데, 이는 대개 과도기적 문제들로 별도의 정책기술로 풀어야 할 과제들이다. 따라서 전세임대차에 상한제가 전면 적용되면 이런 문제들은 자동적으로 해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