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무상복지 재원의 해법을 놓고 정면으로 대치한 가운데 그 처방전의 하나로 ‘증세’ 문제가 최대 쟁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10일 비대위원회의에서 “우리 사회복지 지출은 OECD 최하위권인데 조세분담률도 최하위다. 세금도 조금 내고 복지도 조금인 상황”이라며 “무상급식과 무상보육 모두 포기할 수 없다면 증세로 갈 수밖에 없다”면서 증세를 위한 사회적 대타협기구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는 ‘증세 없는 복지’를 사실상 약속했던 여권의 가장 민감한 부분을 정면으로 건드린 것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새누리당은 총·대선 당시 세출 구조조정과 지하경제 양성화 등을 통해 증세를 하지 않고도 복지 재원을 마련할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밝혀 사실상 증세 없는 복지를 약속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새누리당은 이런 야당 대표의 파격적인 증세 요구에 ‘시기상조론’을 들어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김재원 원내 수석 부대표는 이날 “지금은 워낙 국민 경제 상황이 나쁘고 가계의 가처분 소득이 형편없이 낮아진 상태이므로 지금 증세를 논할 상황은 아니다”라며 “당분간 현 기조 아래에서 최대한 효율적으로 재정을 운영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는 이처럼 각종 선거에서 ‘무상복지 세일즈’의 유혹을 떨치지 못한 데 대해 솔직히 사과하고 재원 부족과 복지 지출 증가의 해법을 함께 찾자는 제안을 해 눈길을 끌었다. 이 원내대표는 “우리부터 솔직해져야 한다. 각종 선거 때 야기된 ‘무상세례’에 대해 국민께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여당 지도부로는 처음으로 ‘복지 포퓰리즘’에 편승한 데 대해 공식 사과한 것이다.
새누리당도 공식 입장은 ‘증세는 시기상조’이긴 하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복지 재원 확대에 증세는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김태호 최고위원은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 기조에 대해 “다시 한 번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하지 않는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무성 대표도 과거 여러 강연 등에서 증세 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다는 견해를 펴면서 증세 논의의 불가피성을 밝힌 바 있지만 대표가 된 이후로는 증세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선거 때 표를 의식한 여야 모두가 제대로 된 예산 추계도 없이 무상 보육·급식에 찬성했지만, ‘폭탄 돌리기’ 하듯 떠넘겨온 재원 문제가 결국 폭발 직전에 이르면서 결국 증세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 셈이다.
/임춘원기자 lc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