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 우주에 주인이 있었다면 그 주인은 조물주(하나님) 오직 한 분이셨을 것이다. 옛날 시골 땅은 무허가 건물에 맹지가 많았다. 옆집 안마당을 통해 건너 집을 다녔고 누구 소유인지 모를 논두렁길을 따라 구석에 있는 자기 논에 벼를 심고 추수를 했다.
그 누구도 내 길이라며 길을 막지 않았고 만약 그런 사태를 일으킨 자가 있다면 그것은 외지사람이 땅을 사서 인심 고약한 행세를 한 경우에 해당하였다.
지난달 이화여대 정문 앞에 작은 컨테이너 하나가 들어섰다. 소유주는 한걸음도 물러설 생각이 없다고 한다. 작은 부지 소유권을 주장하면서 사실여부를 모르겠으나 이화여대 측에 평당 1억 원을 요구했다고 한다. 법적인 문제를 떠나서 소위 ‘알박기’ 하듯이 시세의 몇 배 이상의 큰돈을 요구하고 나선 것처럼 보인다.
지금도 대한민국은 도시개발 때문에 어떤 사람은 한 순간 졸부가 되거나 한 순간 거리에 나앉기도 한다. 운이 좋아 수용되지 않는 개발지역 주변에 있는 땅은 개발 덕분에 부지 가격이 상승하게 된다. 대한민국은 농사를 지을 수 있는 평지보다 산이 많은 지세이다. 옛부터 농업국가 이었기 때문에 땅을 확보해야 하는 것은 필수적인 요소였고 인구에 비해 작은 유효한 한정된 땅에 대한 수요가 많았기 때문에 땅값은 골동품과 같아서 지니고 있으면 조금씩 가격이 상승할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거주해야 할 집은 중요했고 집은 땅과 함께 자손에게 상속할 수 있는 으뜸 품목이었다. 또 집 없이 죽는 것은 객사하는 것이라는 문화도 작용했다. 이런 까닭에 국민들은 땅과 집에 대한 소유 집착이 매우 강할 수밖에 없었다.
최근 지방 도시를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상승은 주춤했지만 수도권의 천정부지 전세 값 상승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밀집으로 인해 전세대란을 겪고 있다.
일정 수입이 있는 소수 젊은이들은 주택구입을 포기하고 고급 외제차를 구입하기도 한다. 일생 주택구입 비용으로 빚에 쪼들려 살기보다는 세를 살면서 삶을 즐기는 쪽을 택한다. 결혼은 하되 천문학적인 양육비 때문에 자녀를 생산하지 않고 취미생활이나 기타 문화여가 생활을 즐기겠다는 풍조가 만연하다. 자녀는 누려야 할 삶에 장애가 된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은 어떤 사람이 살고 있는 지역과 주택가격을 묻지 않는 한 밝힐 이유 없고 피부처럼 몸과 함께 다니는 옷과 자동차를 통해 주변 사람들이 그 사람의 부를 가름하는 문화의 나라이다. 개발도상 과정에서 세습된 가난을 탈피하여 졸부가 되어 저급한 문화를 향유하는 것을 부러워했던 세대들이 자연스럽게 갖게 된 허영을 자식세대가 대물림을 하고 있다. 주소지가 강남구가 아니면 좋은 혼처를 만나기 어렵다는 것은 헛소문이 아닌 현실이다.
과거 농민들에게 땅은 조상 대대로 농사짓고 자식을 양육하고 자신이 묻혔던 고귀하고 신성한 생명의 땅이었다.
이 생명의 땅이 조금씩 죽음의 땅으로 진행이 된지는 꽤 되었다. 4대강 살리기가 전 국토의 실핏줄 같은 강마저 죽이기 시작했고, 옥토에는 폐수가 스며들고 갯벌은 기름으로 만신창이가 되었다.
농민과 어부들은 아우성치지만 도시민들은 실감하지 않는다. 부동산 소유자들은 부동산 가격뿐만 아니라 전세 값이 천정부지 치솟기만 기다린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위해 수년을 재수하고 결혼연령은 40대로 올라가고 있다. 이들이 어느 세월에 무슨 수로 집을 장만하고 반듯한 집 전세 한 칸을 구할 수 있을까. 그나마 구하기 쉽고 가격도 적절하며 도시적인 오피스텔에 월세로 입주하고, 아직은 장만할 형편이 아님에도 고급 자동차, 의복 등을 할부로 구입한다. 자동차도 중고 외제차를 선호한다.
어차피 로또에 당첨되지 않는 한 이 월급으로 작은 아파트 한 채 마련하고 아이 하나 낳아 키우는 것은 평생 노예처럼 일만하다가 죽으라는 계산만 나오는데 어느 젊은이가 결혼하여 애 낳으려고 할까? 급기야 정부인지 어느 기관에서는 출산장려를 위해 싱글 족에게 세금을 부과하고 신혼부부에게는 집을 마련해 준다는 소문 같은 특이한 정책들이 국민들의 비웃음만 사고 있다. 모두 위장결혼하면 집 한 채 생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