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비율상 여성이 남성보다 많아지면 어떻게 될까. 인류학자들은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사회적 혼란이 적기 때문이어서 그렇다는 것이다. 다만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와 역할이 남성과 더욱 동등해지리라는 것에 대해선 의견을 같이한다. 그렇다면 여성보다 남성의 숫자가 상대적으로 많으면 어떻게 될까. 사회가 불안해지고 폭력이 난무하게 된다고 한다. 물론 과학적으로 검증된 바 없다. 그러나 역사상 성비가 크게 깨질 때마다, 특히 남성이 여성보다 훨씬 많은 남초(男超) 현상이 계속되면 늘 전쟁이 일어났다는 주장은 학자들 사이에 매우 설득력 있게 통한다.
이유는 짝이 없는 젊은 남성들이 많은 사회는 자연히 공격적인 에너지가 넘치고 이런 불만 내지 불안이 바깥으로 폭발해 전쟁으로 이어진다는 식이다. 미국의 저명한 인류학자 ‘마빈 해리스’같은 이는 13세기의 십자군전쟁이나 18세기 유럽의 30년 전쟁, 심지어 1차세계대전을 예로 들기도 했다.
이같은 가정이 맞는다면 우리나라는 앞으로 이런 혼란(?)에서 피할수 있을것으로 보인다. 내년부터 여성인구가 2천531만 명으로 남성인구보다 1만 명 더 많은 '여초(女超)시대'를 맞는다고 통계청이 발표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1960년 통계를 작성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사실 여초시대는 40~50년대 잠시 있었다. 그러나 그때는 6.25전쟁과 대규모 이민이 이루어진 시기로 자연 출산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번에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 원인이 65세 이상 고령인구의 비중이 늘면서 여성의 기대수명이 남성보다 길어져 전체 여성인구가 남성인구를 앞지르며 성비가 사상 처음 역전된 것 이어서다.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올해 639만 명에서 계속 늘어나 2017년에는 712만 명으로 700만 명을 넘어서면서, 14세까지의 유소년 인구를 사상 처음 추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여아 100명당 남아 수인 출생성비의 수도 여전히 107로 아들이 많이 태어나고 있지만 남아선호의 퇴조로 출생성비가 계속 떨어지는 추세여서 여초 현상은 앞으로 점점 심화돼 2030년에는 전체 성비가 98.6까지 낮아진다는 전망이다. 그때가 되면 혼인 적령기 남녀 수도 엇비슷해질 것이란 예측이다. 따라서 국가 정책의 방향 전환이 시급하다. 거기엔 여성인력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제도 개혁이 우선 포함됐으면 좋겠다.
/정준성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