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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으로 풀어본 무예]자신의 장점을 과신하지 말라

 

모든 사람의 신체구조와 성격은 다르다. 따라서 무예를 익힐 때에도 기본을 배운 이후에는 자신의 성질에 맞는 형태로 변화하게 된다. 신체가 장대하고 힘이 좋은 사람은 월도나 협도와 같은 무거운 무기를 사용하면 그 위력이 배가 된다. 반면 신체가 왜소하나 민첩함이 따라준다면 쌍검이나 단창 등 빠르고 경쾌한 움직임을 익혀야 무예의 완숙 속도가 빨라진다. 맨손무예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힘과 덩치는 좋으나 움직임이 둔하다면 씨름이나 유도와 같은 유술기가 좋을 것이고, 왜소하지만 민첩성이 좋을 경우에는 태권도나 킥복싱처럼 빠른 보법을 구사하는 무예가 적합하다. 똑같은 무예를 배운다 하더라도 자신의 신체적 혹은 성격적 특성을 살려야만 그것이 진정 장점으로 부각될 수 있다.

이렇게 자신의 몸에 최적화된 상태로 무예를 익히면 보다 빠른 수행의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의 장점만을 너무 과신하고 또 다른 준비를 하지 않는다면 정체될 수밖에 없다. 전장을 이끄는 장수의 경우도 자신의 장점만을 과신한 나머지 결정적인 패배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임진왜란 때의 일이다. 1592년 4월 물밀듯 쏟아져 들어오는 왜군에 의해 순식간에 동래성을 비롯한 제 1방어선이 무너져 내렸다. 이후 조선군은 북진하는 왜군을 방어하기 위하여 2차 방어선을 대구로 설정하고 순변사 이일(李鎰)을 급파하게 된다. 적의 이동경로 분석을 통해 좌측으로는 소백산맥의 죽령을 봉쇄하고 우측으로는 추풍령을 막고 주력군은 상주에서 적의 본진을 궤멸시킨다는 전략을 세웠다. 그러나 좌우를 안정적으로 틀어막았지만, 주력군이 붕괴되는 어이없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조선군은 더 이상 왜군의 북진을 막지 못한다면 국왕이 살고 있는 도성마저 위태로운 상태였기에 마지막 3차 방어선을 충주에 설정하게 된다.

이때 장수로 지목된 이는 신립(申砬)이었다. 그는 변방의 요충지인 함경북도 병마절도사와 우방어사를 거친 야전사령관에 해당하는 사람이었다. 특히 두만강을 건너가 여진족의 근거지를 초토화시켰을 정도로 수많은 전투에서 무공을 세운 명장이었다. 그런 그가 충주방어라는 중책을 맡게 된 것이다. 신립은 우선 적의 이동경로를 분석하고 전술을 구상하였다. 남쪽에서 충주로 들어오는 입구인 조령(鳥領)은 새도 넘기 힘든 고개라는 뜻으로 말 그대로 천연의 요새이기도 했다. 그러나 신립은 조령 방어를 과감히 포기한다. 자신이 이끄는 군사들의 핵심 전술은 북방의 여진족과의 전투에서 혁혁한 전공을 세운 마상무예를 활용한 기병부대였기에 조령근처에서는 자신의 장점을 살리기 어렸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렇게 왜군은 편안하게 조령을 넘어 너른 벌판이 있는 충주에 다다랐다. 신립은 배수진을 쳤다. 그리고 자신이 절대 강점이라 믿는 주력군인 기병을 활용해서 시야가 확 트인 벌판에서 진을 구축하고 왜군을 향해 돌격 명령을 내렸다. 조선군은 초승달 모양의 언월진을 치며 질풍과 같이 전투마를 몰아 적에게 돌진했다. 그러나 왜군은 이미 신립의 장점에 대한 전술분석을 마친 후라서 큰 요동 없이 조선군 기병 돌격을 막아 내고 이내 반격을 취했다. 전열을 가다듬은 조선군은 한두 번 더 공격을 감행했지만, 왜군의 조총과 창검에 무참히 전멸하게 되었다. 전투를 이끈 신립 역시 자신의 전투마와 함께 장렬히 전사하고 말았다. 이후 도성방어를 위한 최후의 방어선이 무너지고 도성은 함락되었고, 국왕이었던 선조는 도성과 백성들을 버리고 북쪽으로 도망가듯 피난을 떠나고야 말았다.

모든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장점이 있다. 어떤 이는 머리가 좋아 높은 학문적 성취를 이룬 자도 있고, 또 어떤 이는 정치적 언변술이 좋아 사람과의 친화력이 뛰어난 경우도 있다. 혹은 술이라도 잘 마셔 술상무의 역할로 자신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는 사람도 있다. 인간도 동물인지라 철들고 나면 본능적으로 자신의 강점을 파악한다. 그 강점을 적극 활용해 승승장구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그 강점이 언젠가는 자신의 목을 노릴 수도 있다는 점을 늘 염두에 둬야 한다. 세치 혀로 흥한 자는 말로 망하고, 권력의 힘으로 흥한 자 역시 그 헛된 권력욕 때문에 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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